朴 전 대통령 사저 입주… 文 “건강하십시오”·尹 “찾아뵐 계획”

입력 2022-03-25 04:03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이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박 전 대통령은 상징과 같은 ‘올림머리’에 대통령 재임 시절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착용했던 남색 코트를 입었다. 박 전 대통령은 퇴원 이후 곧바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어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사저에 들어갔다. 권현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병원에서 퇴원해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사저에 입주했다. 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5년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퇴원을 축하하는 난을 보냈다. 윤 당선인은 조만간 대구 달성군 사저를 방문하고,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경찰이 통제한 가운데 사저 주변에는 5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박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현수막과 화환, 사진 장식 등도 길가에 내걸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며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염려를 많이 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밝은 표정을 짓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의 상징인 ‘올림머리’를 하고 베이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부터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입었던 남색 코트를 입고 나왔다.

병원 앞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박근혜정부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퇴원 이후 곧바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짧은 묵념을 하며 8분가량 묘역에 머물렀다. 이후 별다른 발언 없이 승용차를 타고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사저를 향해 떠났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이 있다”며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사저가 있는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에 도착해 인사말을 하던 도중 소주병이 날아들자 10여명의 경호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급히 에워싸며 보호하고 있다. 소주병을 투척한 남성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권현구 기자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 도착해 주민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았다. 한 남성이 소주병을 던져 파편이 박 전 대통령 1m 앞까지 튀었으나 상황은 곧 정리됐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지지자들은 “박근혜” “잘 오셨습니다” “환영합니다” 등을 연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한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병원에 보내 ‘늘 건강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난을 전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임기) 마무리 잘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윤 당선인도 서일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을 박 전 대통령 사저로 보내 축하 난을 전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윤 당선인에게 “건강을 잘 챙기시길 바란다”고 전했다고 윤 당선인 측은 밝혔다.

윤 당선인은 “건강이 회복돼 사저에 가시게 돼서 아주 다행이고, 저도 내주부터 지방을 좀 가볼까 하는데 퇴원하셨다니까 한번 찾아뵐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원래 전직 대통령 다 모시게 돼 있잖아요. 당연히(모신다)”라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