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박홍근(3선·서울 중랑구을) 의원이 24일 선출됐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172석의 원내 사령탑 역할을 맡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5월 10일 이후에는 거대 야당 원내대표가 된다. 박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반드시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며 윤석열정부 강경 노선을 시사했다.
특히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신측근’으로 꼽히는 박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대선 이후 신주류로 떠오른 이재명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선 패배 뒤 잠행하고 있는 이 전 지사를 둘러싼 6·1 지방선거 역할론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광온(3선·경기 수원시정) 의원과의 결선 투표 끝에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후보별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계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경선을 콘클라베(교황 선출 방식)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입후보 없이 진행된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0%를 넘긴 박홍근 의원, 박광온 의원, 이원욱(3선·경기 화성시을) 의원, 최강욱(초선·비례대표) 의원이 2차 투표에 진출했다. 이어진 2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득표수 1·2위를 기록한 박홍근 의원과 박광온 의원이 3차 결선 투표를 진행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를 통해 “최근 윤 당선인의 독선과 불통,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대하는 적대적 태도를 보면 심상치 않다”며 윤 당선인과 각을 세웠다. 그러고선 “(윤 당선인과의) 적대적 관계나 정치보복이 현실화되면 모든 걸 걸고 싸우겠다”며 “총칼을 맞더라도 강한 민주당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역설했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개혁과 민생을 야무지게 책임지는 강한 야당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재차 각오를 다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새 정부와 ‘여가부 폐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 등을 두고 긴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박 원내대표는 이재명계와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 의원들과 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의 지지를 두루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박원순계 인사였지만 이번 대선 경선에서 이 전 지사의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이재명계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이낙연계를 대표하는 박광온 의원과 이재명계로 새로 떠오른 박홍근 의원의 계파 대리전 구도였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 경선에서 ‘명낙(이재명·이낙연) 대전’ 2차전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경선을 기존 주류 세력인 친문 그룹과 대선 국면에서 신주류로 떠오른 이재명계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인 수락 연설에서 이를 의식해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계파 간 신경전이 치열했던 만큼 앙금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여지도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