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24일 오전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검찰 현안 및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 이행계획 업무보고를 마쳤다.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등에서 이견을 보인 법무부 업무보고가 전격 유예된 것과 달리 대검은 일정대로 진행된 보고에서 “윤 당선인 공약에 공감한다”고 했다. 인수위는 대검에 “당선인이 검찰 출신이라고 해서 검찰에 특별히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오해 자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인수위는 대검이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자적 예산 편성 등 윤 당선인 공약에 대해 공감하고 협조 의사를 보였다고 밝혔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 폐지 및 예산 독립 문제에서 윤 당선인 공약에 동조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입장차를 보였다는 점은 앞서 드러났다. 이에 인수위는 전례를 깨고 법무부와 대검의 업무보고 시각을 다르게 조정했다가, 결국 법무부 보고 날짜를 아예 미뤘다.
대검 업무보고가 ‘당선인 코드 맞추기’로 풀이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검찰 구성원들의 평소 문제의식이 반영되거나 현 여권도 과거 주장했던 내용들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 대검은 업무보고 내용 확정에 앞서 일선 의견을 일부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장관의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발동되는 일이 빈번해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현역 정치인의 지휘권 행사는 정치적 행위”라는 비판이 많았다.
검찰청 예산 독립 또한 ‘검사와의 대화’ 시절부터 검찰이 줄곧 추구해온 주제라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했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여야가 바뀔 때마다 입장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 현 여권이 검찰청 예산의 독립 편성을 요구했으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 분리가 권고된 이력도 있다는 게 검찰 내부 반응이었다.
인수위는 업무보고 이후 “일부 검사가 보인 정치적 행태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고 밝혔다. 또 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검찰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오해 내지 자만하지 말라는 뜻도 각별히 강조했다고 인수위는 말했다. 검찰 구성원들의 관심은 오히려 이 질책과 당부에 쏠리는 분위기였다.
박 장관이 당선인 공약 이행과 관련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갈등이 법무부 내부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박 장관은 인수위의 ‘분노’ 직후엔 별다른 말이 없었고 법조계는 “법무부의 보고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퇴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보고 문건은 다 정해져 있다. 다른 주제가 추가될지 모르겠으나 오늘 특별한 변동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