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테마주는 반토막인데… 총리 후보 ‘안랩’ 어디까지?

입력 2022-03-25 04:05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테마주 ‘안랩’이 대선 이후 최고가를 경신하며 치솟고 있다. 24일 폭락했지만 선거 이후 2주 동안 배 이상 급등했다. 같은 기간 반 토막 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테마주와 대비된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정치 테마주에 대한 추격매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랩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7.52% 떨어진 14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상한가로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한 안랩은 이날도 장 초반 21만8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개장 한 시간 만에 상승분을 반납하고 하락 전환했다.

안 위원장이 대주주로 있는 안랩은 윤 당선인이 승리한 뒤 급등세를 탔다. 대선 다음 날부터 23일까지 2주간 138.2% 폭등했다. 윤 당선인과 막판 극적 단일화를 이룬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에 이어 총리까지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 외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이슈도 영향을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양국이 사이버전을 개시하면서 컴퓨터 보안 업종이 수혜를 입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안랩은 사이버보안 상장지수펀드(ETF)들이 투자하는 유일한 국내 종목이다.

안랩의 비정상적 급등락은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대선 이후 외국인은 135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안 위원장이 입각하면 안랩 지분 18.57%를 매각 또는 백지신탁해야 한다. 매각할 경우 최대주주가 교체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발생할 수 있다.

외국인이 사들인 물량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에게 떠넘겨지는 모양새다. 외국인은 이날 순매도로 전환해 170억원가량 순매도했고, 개인은 224억원을 순매수했다. JP모건 시큐리티즈는 지난 18일과 21일 이틀 간 보유 안랩 주식 45만9687주를 매각하며 약 108억원의 차익을 봤다.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선 개미들은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윤 당선인의 주요 테마주는 시장의 관심에서 철저하게 벗어나 있다. 윤 당선인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덕성우는 선거 전인 지난 3일 장중 2만4600원까지 올랐지만 이날 1만2350원까지 떨어졌다. NE능률(-27.5%)과 노루홀딩스우(-20.4%) 등도 한 달 만에 급락했다. 재료가 소진돼 하락하는 전형적인 정치 테마주의 흐름이다. 안랩의 경우도 정치적 이슈가 잠잠해지면 주가도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의 가격 급등은 일반적으로 장기간 지속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