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이양기에 ‘신구 권력’ 간 전방위 대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 측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인사권 문제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사상 초유의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 연기 등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윤 당선인의 사법·검찰개혁 공약을 둘러싸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법무부도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신구 권력 충돌 국면에서 처음으로 직접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회동 촉구 메시지를 보냈고, 윤 당선인은 청와대가 인사권을 행사한 것을 비판했다.
대선 이후 정권 이양 과정에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이처럼 대놓고 대립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양측이 하루빨리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정권 인수인계에 차질이 빚어지고, 국정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24일 윤 당선인을 향해 빠른 회동을 촉구하며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주변 참모들, 이른바 ‘윤핵관’(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윤핵관’들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소통을 막고, 회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무슨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회동 조건으로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권 등을 요구한 윤 당선인 측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사가 급한 것도 아닌데, 원칙적으로 차기 정부와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 조치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윤 당선인 측도 반박에 나섰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면서 “저희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양측이 감사위원 인사권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인사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는 이상 회동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한 양측의 신경전도 현재진행형이다.
인수위와 법무부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수위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거부하고 다음 주로 유예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당선인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들은 기자회견에서 “40여일 후 퇴임할 장관이 당선인의 공약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다”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