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 국가두마(연방의회 하원) 의원을 포함해 러시아 방산 업체 등을 추가 제재 대상에 올리기로 했다. 중국을 향해선 러시아에 대한 제재 동참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듯한 신호를 보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러시아 엘리트를 겨냥한 새 제재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 연방의회 하원 328명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인 스베르뱅크 대표 등 수십 명의 러시아 고위층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미 재무부는 러시아 미사일제조업체를 비롯해 방산 관련 기업 48개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를 포함한 금 관련 거래도 미 당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당국은 중국 기업에게는 러시아에 반도체를 팔면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전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 반도체 회사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칩을 제조하기 때문에 통제 대상이 된다”며 “그들이 러시아에 칩을 판매한 사실이 확인되면 소프트웨어 사용을 중단시켜 그들을 문 닫게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외국 기업이 미국 소프트웨어나 설계 등을 사용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할 수 없도록 해외직접제품규제(FDPR)를 적용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의 제재 집행 기관은 중국이 러시아의 대금 결제를 용이하게 도와주는지, 수출 통제에 반하는 시도를 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방문 중 대러 추가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발표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제재를 무력화하거나 회피하도록 돕는 모든 국가의 시도를 단속하기 위한 공동 노력이 있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날 미 무역대표부(USTR)는 관세 적용을 받는 중국산 제품 549개 가운데 352개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 예외를 다시 적용한다고 밝혔다. USTR은 “다른 기관과 상의하고 숙고한 끝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중국산 수산물을 비롯해 화학 제품, 섬유, 전자 및 소비재 등이 관세 혜택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2021년 10월 12일 수입분부터 소급 적용되고 올해 말까지 유효하다.
관세는 미·중 무역전쟁을 불러온 뇌관이다. 미국이 극심한 미·중 갈등 속에서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예외조치를 부활시킨 건 일단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불거진 공급망 문제를 해소하려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미국의 내부적 요인 외에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하면 혹독한 대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중국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는 못한 상태다.
중국은 미 정부 조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모든 대중 고율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