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하시라” 文의 강수, 먹힐까

입력 2022-03-25 00:04
사진=서영희 최종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과 관련해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배경에는 더 이상 회동이 지연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회동 불발에 대한 원인으로 윤 당선인 측 ‘다른 이들의 말’을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윤핵관’(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을 암시하는 표현을 쓰면서 그들을 자신과 윤 당선인 간의 소통을 방해하는 인사들로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윤 당선인과의 만남을 ‘회담’이 아닌 ‘회동’으로 재차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무슨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관례적으로 이뤄지는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을 인사 문제 등에 대한 회담으로 확대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도 이 회동에 대해서 자꾸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며 “인사 자체가 회동의 의제가 되어서 대통령의 인사가 마치 당선인 측과 합의가 이뤄져야 되는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을 아마 대통령이 염두에 두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윤 당선인을 향해 직접 메시지를 낸 것은 ‘신구 권력’ 힘겨루기로 비치는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사실상 윤핵관들의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정말로 윤 당선인의 생각인지 되물은 것”이라며 “당선인이 불필요한 논란을 정리해 달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은 당신의 생각을 밝혔는데, 당선인은 여전히 윤핵관 뒤에 숨어 있다”며 “당선인이 당당하게 나서서 직접 조건 없는 회동 제의에 대한 의견을 밝혀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 내에서는 회동 불발을 윤 당선인 측의 의도적인 ‘지방선거 전략’으로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른 의원은 “문 대통령은 다가오는 6·1 지방선거는 잊고 자신이 할 도리를 후임자에게 하겠다는 것인데, 윤 당선인 측은 이런 상황을 역설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며 “지방선거 때까지 ‘정권교체’ 프레임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양보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선에서) 승패가 이미 결정됐는데 이런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 오히려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