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문제와 관련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측이 인사권 문제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하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대선 승리 이후 문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직접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당선인까지 나서면서 꼬일 대로 꼬인 ‘신구 권력’의 갈등은 당분간 해법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양측 모두 확전을 자제하는 스탠스인 데다 신구 권력 충돌에 대한 여론도 비판적으로 흘러가고 있어 양측이 탈출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 당선인이 ‘인사 문제가 조율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과 회동이 어려운가’라는 질문에는 “회동은 또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니겠나”라며 여지를 남긴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인사권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 조치를 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또 청와대가 지난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한 것과 관련해서는 “새 정부와 장기간 일해야 할 사람을…”이라며 “인사가 급한 것도 아닌데,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정권교체기 신구 권력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집을 거래하는 매도인(파는 사람)과 매수인(사는 사람) 관계에 비유하며 설명했다. 그는 “당선인은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대금을 다 지불하고 명도만 남아 있는 상태”라며 “매도인에게 아무리 법률적 권한이 있더라도 들어와 살 사람의 입장을 존중해서 본인이 사는 데 필요한 관리 조치만 하지, 집을 고치거나 이런 건 잘 안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윤 당선인은 그러면서 “저도 앞으로 (인사에 대해) 그렇게 할 생각”이라면서 “한은 총재 그 양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는 게 안 맞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윤 당선인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사법·검찰 개혁 공약을 공개 반대한 것과 관련해 날선 반응을 보였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을 봤느냐’는 질문에 “장관 간담회를 쳐다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뭐라고 했나. 대검과 처지가 다르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 편성권 부여 등 윤 당선인의 사법 공약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윤 당선인은 특히 “이 정부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게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것인데 5년간 해놓고 그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고 비꼬았다. 윤 당선인은 이어 “저는 오히려 독립적인 권한을 주는 것이 더 독립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