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출신 선발 3인방 막강… ‘쓱’ 올라가 볼까

입력 2022-03-25 04:07

SSG 랜더스는 이번 스토브리그 가장 뜨거운 팀이었다. 프로야구 사상 첫 비(非) 자유계약(FA) 다년 계약으로 투수 박종훈(65억원)과 문승원(55억원)을 눌러 앉히더니 주장 한유섬(60억원)과도 5년 계약을 했다. 추신수와 연봉 27억원에 1년 더 동행을 선언했고, 기어이 메이저리그(MLB) FA시장에 나와 있던 ‘KK’ 김광현마저 4년 151억원에 친정팀으로 불러들였다. 이들 5명에만 무려 351억원을 쏟아부으며 단숨에 우승 전력으로 부상했다.

SSG는 와이번스에서 랜더스로 새로 태어난 첫해 시즌 초반 1위를 질주했지만 마무리는 66승64패14무 6위로 아쉬움을 남겼다. 마운드에서 부상 전력이 속출했고, 타격의 힘으로 마지막까지 5강 싸움을 벌였으나 0.5게임차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리그 최고령 듀오(추신수 김강민)가 건재하고 최정 최주환 등 베테랑이 중심을 잡는 현 라인업은 단단하다. 지금이 우승 도전의 적기라고 생각한 SSG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류선규 단장의 말처럼 메이저리거 출신만 5명을 수집하는 대대적 전력 보강으로 ‘윈 나우’ 버튼을 눌렀다.

일단 붕괴된 선발진 재건은 빅리그 통산 90승 77패에 빛나는 양키즈 출신 ‘빅네임’ 이반 노바 영입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1선발 월머 폰트,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까지 메이저리그 출신 선발 3인방은 이름값은 물론 기대치도 10개 구단 최고 수준이다.

방출 아픔을 딛고 이번 시즌 합류한 베테랑 노경은도 시범경기 호투로 선발 로테이션 한자리를 예약했다. 지난해 경험치를 쌓은 오원석 최민준 등도 선발진 한 축을 책임진다. 특히 시즌 중반 장기 부상에서 돌아올 박종훈 문승원이 선발로 합류하면 리그 최상급 선발진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불펜도 한층 탄탄해진다.

불펜의 키는 마무리 2년 차를 맞은 김택형이 쥐고 있다. 장지훈 서진용 김태훈 박민호 등에 부상자 복귀 이후 5선발 전력까지 합류하게 될 SSG 불펜 뎁스는 충분히 두텁다. 김택형이 지난 시즌 막판처럼 좌완 강속구 마무리로 견고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올해 SSG 경기 후반은 한층 편안해질 수 있다. 김택형은 24일 한화와 시범경기에서도 9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는 강력한 구위로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올해 1차 지명 사이드암 윤태현도 시범경기에서 연일 호투하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김원형 감독은 “불펜에서도 잘 던지고 있고 선발 가능성도 충분한 선수”라며 개막 엔트리 진입은 물론 2군에서 선발 준비를 시킬 생각도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팀 홈런(185개) 장타율(0.421) OPS(0.775) 모두 1위를 차지한 거포 군단은 건재하다. 홈런왕 최정(35개)을 필두로 한유섬(31개) 추신수(21개) 최주환(18개)까지 언제든 한방을 터뜨릴 타자들이 라인업에 즐비하다. 20홈런을 쳤던 제이미 로맥이 은퇴한 공백을 메워야 할 새 외인 타자 케빈 크론만 1루에 연착륙하면 된다. 시범경기 3안타(1홈런) 타율 1할3푼6리로 아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크론이 현시점 SSG 타선의 유일한 불안요소다.

타선에서 리드오프 역할을 나눠 맡았던 최지훈은 중견수 자리에서도 넓은 수비 범위로 안정감을 선사하고 있다. 3할 유격수로 발돋움한 박성한과 공격형 2루수 최주환까지 센터라인도 짜임새를 갖췄다. 최정은 여전히 리그 최고 3루수 중 한 명이고 크론도 1루 수비는 탄탄한 편이다.

결국 마지막 퍼즐은 포수 이재원의 반등이다. 총액 69억원 FA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은 이재원은 타자로선 나름의 몫을 하고 있지만 수비에선 늘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수비 지표를 봐도 최소 폭투(41개)에도 불구하고 포일(포수 실수로 놓치거나 처리하지 못한 공)은 12개로 전 구단 중 가장 많았다. 이흥련과 이현석 등 백업 포수들이 제 몫을 해도 결국 FA를 앞둔 이재원이 공수 양면, 특히 수비에서 투수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며 지키는 야구를 해야 하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우리는 김광현 보유팀이다. 변명할 생각도 없었지만, 더이상 변명할 수 없는 전력이 됐다”고 창단 첫 우승을 향한 각오를 내비쳤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