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 통해 성도들 체질 변화…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요”

입력 2022-03-28 03:05 수정 2022-03-29 10:50
이권희 신일교회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금천구 교회에서 제자훈련의 유익과 은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석현

서울 금천구 신일교회(이권희 목사)는 1971년부터 50년 넘게 지역을 지켜온 교회다. 교회 성도들은 독산동 인근에서 주민들을 섬기고 가진 것을 기꺼이 베푸는 일에 익숙하다. 지난 22일 교회에서 만난 이권희(58) 목사는 성도들의 체질이 변한 것은 20년 동안 진행해온 제자훈련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자훈련은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성도를 길러내는 것입니다. 제자훈련이 자칫하면 교회 중직자를 키우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교회 안의 리더가 아니라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성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제자훈련의 모습입니다.”

제자훈련은 예수님이 12명의 제자를 훈련했듯 성도들을 주님의 제자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가르치는 사역이다. 고 옥한흠 사랑의교회 목사가 국내에 도입해 확산시켰다.

이 목사가 처음 제자훈련을 접한 것은 총신대 신학대학원 시절이었다. 82년 한국외대 독일어교육학과에 입학했던 그는 4학년 여름 수련회에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그는 모태신앙으로 고등부 회장까지 하면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지만 그때 가서야 진정으로 회심을 했고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다.

“신대원 2학년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당시 태안염광교회에 계시던 김종천 목사님이 옥 목사님의 칼 세미나를 듣고 농어촌 교역자 세미나를 여셨어요. 거기에 참석해 제자훈련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성도들이 이렇게 목회의 동역자가 될 수 있구나, 이런 목회를 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죠.”

서울 서초구 신반포교회에서 사역하다 96년 미국 LA 탈봇신학교로 유학을 떠난 그는 제자도 신학의 권위자 마이클 윌킨스 교수에게 제자훈련을 배우기도 했다. 학업을 마치고 사랑의교회 부목사로 부임하게 된 것에 대해 그는 “하나님의 큰 섭리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고 표현했다.

이 목사는 99년부터 사랑의교회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한 영혼에 생명을 걸어야 한다’ ‘한 영혼이 곧 천하다’라는 옥 목사의 철학을 배우며 행복하게 사역하던 무렵 신일교회에서 청빙 요청이 왔다. 부임 전 둘러본 교회 인근은 70년대 낙후된 골목길을 방불케 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오히려 교회가 지역의 소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2001년 부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신일교회는 2대 목사가 사임한 뒤 6개월여 담임 목사가 공석이었다. 성도들의 마음도 이리저리 갈라져 있었다. 이 목사는 부임 다음 해부터 장로들과 먼저 제자훈련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성도들은 물론 이 목사 자신도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교단 헌법을 깐깐히 따지며 이전 담임 목사님을 힘들게 하던 장로님이 제자훈련을 마치고 저를 꼭 안아줄 때, 나이 지긋하신 권사님이 달려와 ‘우리 남편이 설거지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씀할 때 제자훈련을 할 ‘맛’이 났습니다. 제자훈련의 첫 수혜자는 성도가 아니라 목회자입니다. 성장하는 성도들을 보며 내가 먼저 은혜를 받고 더 공부하게 되더군요.”

제자훈련을 마친 성도들은 지역의 빛과 소금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지역사회봉사단을 통해 도배나 장판 교체 등을 지원했고 어린이 도서관 ‘지혜의 숲’에서는 지역 아이들을 위해 도서 대여는 물론 영어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긴급구호뱅크를 세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무이자 무기한으로 대출을 해줬다. 긴급구호뱅크는 제자훈련 졸업생들이 십시일반 모은 헌금이 종잣돈이 됐다.

이 목사는 ‘교회가 커지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작아도 건강한 교회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 번의 일반 개척과 두 차례의 분립개척도 진행했다. 분립개척은 일반 개척과 다르게 재정적 지원에 더해 성도들도 같이 파송하는 방식이다. 지난 1월 경기도 시흥 함께하는신일교회(최지훈 목사) 분립개척은 코로나 시국임에도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장로 2가정을 포함해 64명의 성도가 교회를 옮겼고 예배당 매입 등에 6억원 이상이 들었다. 분명 마이너스가 돼야 하는 일인데, 교회는 나누고 베풀수록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있다.

“올해 분립개척 후 3개월 만에 35명의 성도가 새롭게 등록했습니다. 2018년 분립개척 때도 53명을 파송했지만 다음 해에 230여명이 찾아왔죠. 우리 교회는 물론 개척한 3개 교회 모두 당회가 생기고 부흥하고 있습니다. 제자를 세워 파송하고 또 새로운 제자를 키워내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 목사는 앞으로도 성도들과 함께 하나님의 비전을 이뤄가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성도들이 설교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실천할 때까지 가르치는 노력이 목회자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그러나 성도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할 때 교회와 지역이 변할 것입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