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보편 동시 금융지원에… 전기전자·부동산업 배만 불렸다

입력 2022-03-25 04:04

한국은행은 24일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선별정책뿐 아니라 보편정책까지 동시에 시행하는 바람에 필요 없는 부문까지 과도하게 유동성이 공급돼 호황업종의 자산을 불려줬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서 코로나 관련 기업 금융지원정책은 이자부담 경감 및 유동성 지원을 통해 수혜기업의 부실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정책지원으로 수혜기업들은 2020년의 경우 기업당 평균 12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하고 311억원의 자금을 추가 조달했다.

그러나 정책 당국이 선별정책과 보편정책을 동시에 시행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피해기업 중심의 지원목적과 달리 호황업종에 대한 자금 지원 및 기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지연 등의 문제도 일부 수반됐다고 비판했다.

한은이 불필요한 혜택을 받았다고 지목한 호황업종은 전기전자와 부동산업으로 각각 64%와 45.5%의 기업들이 차입여권 완화와 금리인하 등 보편정책을 통해 토지 건물 기계설비 등 유형자산을 늘렸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총차입금을 20.6% 늘린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유동자산(11.6%)보다 유형자산(20.1%)이 더 증가했다. 총차입금을 37.6% 늘린 부동산 업종은 유동자산은 28.4% 줄어든 반면 유형자산이 19.3% 증가했다.

이에 비해 도소매 숙박음식 등 코로나 피해 업종인 대면서비스 기업들은 차입(25.1%)뿐 아니라 유형자산(-3.5%)까지 팔아가며 유동자산을 늘려야 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수혜기업 비중(64.9%)이 서비스업(48.9%)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 대기업(60.6%)이 중소기업(59.6%)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았다.

코로나 이전 한계기업 364개 중 64.3%(229개)가 2년 동안 금융완화정책 지원을 받았음에도 162개 기업은 만성적 한계기업 상태를 지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와 함께 청년층과 자영업자의 잠재적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 금리상승과 금융지원 종료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취약 차주(대출자) 비중은 작년 말 전체 차주 수 기준 6.0%, 대출잔액 기준 5.0%로 집계됐다. 2018년 3분기(7.7%, 6.5%) 이후 계속 내려가는 추세다.

그러나 20~30대 청년층의 경우 전체 차주 중 6.6%가 취약 차주로 다른 연령층 평균(5.8%)을 웃돌았다. 자영업자 비중도 차주 수 및 대출잔액 기준으로 지난해 말 현재 각각 12.1%, 21.2%로 2019년 말의 10.6%, 19.6%보다 크게 높아졌다.

금융기관 빚을 진 자영업가구 중 적자가구는 약 78만 가구로 전체 자영업 가구의 16.7%로 추정되며 이들 적자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177조원으로 전체 자영업가구 금융부채의 36.2% 수준이다. 적자 감내기간이 1년 미만인 유동성위험가구는 27만 가구로 금융부채는 72조원으로 2020년 3월보다 13조원 늘어났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