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G70 전동화 모델을 출시하면서 따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냥 GV70이다. 내연기관차와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전동화 모델’이라고 덧붙일 뿐이다. 지난 17일 시승한 GV70 전동화 모델은 이름처럼 외관도 내연기관차와 판박이였다. 다만 내연기관차는 애초에 가질 수 없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가능한 특징을 뽐냈다.
가장 큰 차이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이다. 차량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빼내 사용할 수 있다. 경기도 가평 인근에 마련한 시승행사장에서는 GV70이 각종 캠핑용품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최대 3.6㎾의 소비전력을 제공한다. 한 번 완충하면 스피커, 와인셀러, 태블릿, 빔프로젝터 등의 가전제품을 약 60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e)-터레인’도 장착했다. 운전자가 도로 노면상태에 따라 스노우(SNOW·눈길), 샌드(SAND·모래길), 머드(MUD·진흙탕길) 모드를 선택하면 모터 출력을 조절하고 앞뒤 바퀴에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해 준다. 안정적 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GV70 내연기관차에도 터레인 모드가 있지만, 전동화 모델은 시스템 작동 원리가 훨씬 간결하고 반응속도는 더 빠르다. 다만 이날은 눈이 오지 않았고, 시승코스에 모래길이나 진흙탕길이 없어 시험해볼 수 없었다.
GV70 전동화 모델의 외관은 내연기관차와 비슷하다. 전면부 그릴이 막혔다는 점, 그릴 우측에 충전구가 배치됐다는 점, 후면 배기구가 사라진 점이 차이의 전부다. 제네시스 고유의 두 줄 헤드램프는 여전히 감각적이다. 운전석에 앉자 가로로 길게 뻗은 디스플레이 패널이 눈길을 잡았다. 직접 터치하거나 센터 터널의 컨트롤 패널로 조작할 수 있다. 천장은 재활용 페트를 활용한 원단을 썼고, 시트는 울 원단을 함유한 천연가죽이다. 전기차의 자연친화 면모를 강조한 것이다. 뒤쪽 좌석을 접으면 키 173㎝의 성인 남성이 누울 수 있을 공간이 나온다.
시동을 걸자 우주선이 이륙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전기차에는 ‘부릉’하는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는 의무적으로 가상 배기음을 탑재하도록 한다.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에서 가평의 한 카페까지 왕복 120㎞를 주행하는 동안 속도감을 느끼기 힘들었다. 가속은 매우 부드러웠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2초. 시속 40~50㎞로 방지턱을 넘어도 크게 덜컹거리지 않았다. 풍절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 차는 모든 좌석에 이중접합유리를 넣었고, 능동형 소음제어 기술인 ANC-R(Active Noise Control-Road)을 적용해 정숙함을 확보했다.
시승일에 오전 기온은 약 6도 안팎으로 쌀쌀했다. 운전대에 열선을 켰다. GV70 전동화 모델은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난방에 활용해 저온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히트펌프를 장착했다. 운전대 뒤쪽에 있는 패들 시프트로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했다. 회생제동은 전기차가 감속할 때 발생하는 제동력을 전기 에너지로 바꿔 배터리를 충전한다. 강도(0~4단계)를 높이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살짝만 떼도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속도가 줄고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든다.
아쉬운 건 가격이다. 20인치 휠을 포함한 풀옵션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으로 8741만원이다. 보조금(서울 기준)을 적용하면 8315만원이다. 내연기관 모델보다 2000만원 정도 비싸다. 19인치 휠 공차 중량은 2230㎏. 규정상 2200㎏ 이하 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 기계식 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아쉽다.
글·사진=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