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한·중 현안을 논의한다. 특히 시 주석이 다른 나라 정상 당선인이 정식 취임하기 전 통화를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이튿날인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각 통화했다. 이로써 대통령 당선 보름 만에 한반도 주변 4강 중 러시아를 제외한 3국 정상과 상견례를 하게 됐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과 시 주석의 통화가 이번 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시 주석 간 통화 조율은 인수위와 주한 중국대사관 채널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시점은 25일 오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취임한 시 주석은 그간 외국 정상이 새로 선출되거나 바뀌면 결과가 확정된 시점에 축전을 먼저 보내고 전화 통화는 취임식 이후에 진행했다. 5년 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곧바로 시 주석과 통화했던 사례가 있지만 당시 문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없이 곧바로 취임해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 신분이었다. 외교 소식통은 “윤 당선인과 시 주석의 전화 통화는 파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중국 정부가 관행을 깨고 윤 당선인과의 통화에 의욕을 보인 건 한·중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는 한국의 새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보다 대미 관계를 우선시하는 외교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으로선 새 정부의 대외 정책 큰 틀을 짜는 인수위와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게다가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를 두둔했다가 함께 고립될 처지에 놓였다.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우군은 없는 게 현실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