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더니 명차 타며 호화생활… 세금 안내려 위장이혼·명의신탁

입력 2022-03-25 04:07

땅부자로 소문난 A씨는 문재인정부 들어 급등한 부동산 경기 덕을 톡톡히 봤다. 수도권 소재 부동산을 고가에 양도하면서 어마어마한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A씨가 낸 세금은 한 푼도 없다.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양도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시쳇말로 ‘배째라’는 식으로 버텼다. 거주지를 숨기기 위해서는 위장 이혼한 배우자의 고급 아파트를 활용했다. 그러면서 양도 차익을 활용해 호화 생활을 영위했다. A씨 소유의 다른 부동산은 강제 징수를 피하기 위해 친인척 등 믿을 만한 주변인에게 명의신탁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세정 당국은 A씨 및 주변 인물의 소득·소비 행태를 검증해 A씨의 실거주지를 확인한 뒤 조사에 착수했다.

사채업자인 B씨는 코로나19를 사업 기회로 삼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뜯어냈다. 3년간 원금의 150%에 달하는 이자를 매겼다. 하지만 이렇게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은 한 푼도 안 냈다. 세무조사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안 뒤에는 자산 압류를 피하기 위해 상속받은 부동산 등 자산을 자녀에게 사전 증여했다. 세정 당국은 이를 강제징수를 회피하는 사해행위로 보고 법적 절차를 거쳐 추징키로 했다.

국세청이 고액·상습 체납자 584명의 재산 추적 조사에 나선다고 24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들이 체납한 세금은 모두 3361억원에 달한다. 유형은 크게 3가지다. A씨 사례처럼 재산을 고의적으로 은닉해 세금을 회피하면서 호화 생활을 영위하는 유형이 가장 많다. 모두 298명이 조사 대상이다. B씨처럼 강제징수를 회피하기 위해 재산을 편법 이전하는 유형의 체납자 198명이었다. 세금도 안 내면서 세계 3대 명차로 꼽히는 유명 고가 차량을 리스해 이용하는 부동산 시행사 대표와 같은 사례도 있다. 국세청은 차량 조회 등을 통해 확인한 체납자 90명에 대해 조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2조5546억원을 체납 세금을 징수·확보했다”면서 “이번에도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