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사람을 보는 방역정책

입력 2022-03-25 04:05

지난 14일 국민일보 사회면은 포화상태에 이른 화장장을 다뤘다. 코로나19 사망자 증가로 화장 대기가 길어지면서 본의 아니게 5일장, 6일장 혹은 그 이상을 택해야 하는 유가족들의 먹먹한 사연을 담았다. 이후 화장장을 다룬 비슷한 보도가 1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냉장 안치실을 구하지 못해 시신을 외부에 둔다는 보도도 있었다. 검사를 위해 선별검사소에 길게 늘어선 줄처럼 죽은 뒤에도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살풍경이다.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언젠가부터 오미크론 변이를 계절독감과 동일선상에 두려고 애쓴다. 지난 14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4주간 치명률을 보면 계속 0.1% 정도 나오고 있다”며 “치명률 자체는 오미크론이 완전 지배종이 된 뒤로는 계절독감과 유사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튿날에도 그는 계절독감 사망자가 연간 2500명에서 5000명까지 나오고, 폐렴 사망자도 연간 몇 만명이 발생한다며 오미크론을 다른 질환과 비교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물론 정부는 고위험군과 미접종자의 경우 오미크론이 위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오미크론을 계절독감과 견주면서 경계심이 흐릿해졌다. 정부는 또 확진·사망자가 연일 최고점을 높이는 상황에서도 거리두기 완화, 재택치료 집중관리군 범위 지속 축소, 1급 감염병 제외 검토 등 방역 완화 일변도에 힘을 실어왔다. 이는 위중증·사망 최소화로 방역체계를 바꾼 것을 감안해도 한꺼번에 모든 것을 놓아버린 인상을 준다. 정부가 방역정책에서 신중함을 견지해온 것과 비교해도 급격한 전환이다. 오미크론에 대한 태도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손 반장은 지난 1월 3일 “(오미크론으로 인해)예전보다 감염 규모가 2~3배 커질 수 있는 가운데 치명률이 반절로 떨어진들 전체적인 사망자는 더 나오게 된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정부의 표변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했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 CBS라디오에서 “그냥 충분히 걸릴 만큼 걸려서 이번 유행을 마지막 유행으로 한 번 만들고 끝내겠다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면 절대로 이런 방향으로 끌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정부 설명과도 어느 정도 부합한다. 손 반장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성급한 방역 완화가 확진자 급증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순간부터 이번과 같은 전면적인 유행을 한 번은 겪게 될 것”이라며 방역 완화가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방역정책을 달리했을 때 겪을 유행이 지금과 같을지 알 순 없지만 현 상황은 분명 가혹하다. 이는 낮은 치명률 숫자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오미크론 확진 비율이 50%를 넘겨 우세종이 됐다고 발표한 지난 1월 24일 누적 치명률은 0.89%였으나 24일 치명률은 0.13%로 대폭 낮아졌다. 반면 이 기간 누적 사망자는 6565명에서 1만3092명으로 7300명 넘게 증가했다. 방역 완화를 지금처럼 서둘렀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일례로 지난 13일까지 예정돼 있던 거리두기 방침은 돌연 대선 전인 5일로 앞당겨 조정됐다. 새 거리두기를 발표한 지난 4일 확진·사망자는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지난 23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가족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현 방역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의료 일선에서 겪은 부조리한 상황들이 정부가 발표한 숫자와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든 팻말 중에는 ‘숫자가 아닌 사람을 보는 방역정책 마련하라’도 있었다.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다.

김현길 사회부 차장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