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뛰어드는 완성차 업체들… 기아, 국내 최초 진입

입력 2022-03-25 04:03
기아가 오는 26일 국내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NFT를 발행한다. 사진은 기아의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반영한 EV6의 디자인 콘셉트를 독립적 이미지 5개로 이어 붙여 표현한 작품이다. 기아 제공

자동차와 대체불가능토큰(NFT·Non-Fungible Token).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영역이 만난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중심의 미래차 시대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가능성이 커지자 발걸음에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기아는 한국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기아 EV NFT’를 자체 제작해 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NFT는 영상·그림·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을 증명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블록체인 기반 토큰이다. 일반적인 디지털 콘텐츠는 무한 복제 가능하지만, NFT가 있으면 원본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전용 전기차 EV6를 재해석한 작품 3종, 콘셉트 EV9 2종, 니로EV 1종의 작품을 각각 10개, 총 60개 발행한다.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NFT 유통플랫폼 클립 드롭스에서 판매한다.

해외 자동차 업체들은 일찌감치 NFT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람보르기니는 지난달 17일에 NFT ‘스페이스 키’를 공개했다. 스페이스 키는 람보르기니가 2019년 미국 휴스턴 감리교연구소(HMRI)와 공동개발한 첨단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사용해 5개 한정으로 제작했다.

스페이스 키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스위스 사진작가 파비앙 외프너의 사진 작품으로 연결된다. 그의 작품 ‘시공의 기억’은 단종을 앞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마지막 모델인 울티매가 우주로 날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1500개 넘는 울티매 부품을 일일이 찍은 뒤 이미지를 조합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 1월 아트투피플(Art2People) 소속 아티스트 5명과 벤츠 G클래스 모델을 담은 NFT를 발행했다. 흔히 ‘G바겐’으로 불리는 G클래스는 군용으로 개발됐다가 1979년 민간용으로 나왔다. 흔치 않은 각진 외형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아티스트들은 G클래스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작품을 만들었고, 벤츠는 이를 NFT로 제작했다.

영국 슈퍼카 업체 맥라렌은 지난 16일 슈퍼카 관련 NFT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인피니트월드를 통해 맥라렌 소유주에게만 서비스한다. 맥라렌은 지난해에도 자동차 부품을 NFT로 만든 뒤 이를 모아 디지털 공간에서 하나의 레이싱카 NFT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었다. 포르쉐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6월 디지털 부문 자회사 포워드31을 통해 NFT 플랫폼 팬존(Fanzone)을 공개했다. 이곳에선 올드카 NFT, 독일 축구선수 카드 NFT를 거래할 수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NFT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건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서다. 2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2020년 6억3200만 달러(약 7725억원)에서 2026년 115억1900만 달러(약 14조797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을 해킹 보안, 결제 등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테슬라와 볼보는 블록체인 기술을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원자재 공급망 추적에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자동차 구매나 전기차 충전 시 토큰을 사용하고 소프트웨어 보안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게 될 수 있다. NFT 발행은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전조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