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우리 정부는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을 열병식 개최 유력 시기로 꼽았다.
미국의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지난 21일 공개한 사진에 미림비행장 인근 녹지 공간에 차량 600~650대가 주차돼 있고 남쪽 활주로에는 차량이 이동 중인 모습이 찍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4일 “2월 위성사진에는 주차된 차량이 150여대에 그쳤는데, 한 달 사이에 동원 차량이 4배 이상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대열을 갖춘 병력이 사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RFA는 “활주로 광장에만 25~30개 대열이 보이는데, 과거 열병식 당시 한 대열마다 약 300명의 병력이 모인 점을 고려하면 7500~8000명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1만명 이상이 동원된 것으로 평가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의 열병식 준비 동향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있다고 보고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은 김일성 생일 등 주요 정치 일정을 계기로 열병식 등 행사를 개최한 전례가 있다”며 “북한이 정치국 회의 등을 통해 올해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성대히 경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병력 위주로 열병식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할 때 규모는 2만여명에 달한다. 1만여명이 동원됐다는 분석이 맞을 경우 북한이 실제 열병식을 할 때 인원의 절반에 달하는 병력이 열병식 연습을 하는 셈이다.
특히 김일성 생일이 가까워질수록 미림비행장 일대의 병력·장비 규모가 증가하면서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큰 규모의 열병식이 개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미림비행장 일대 위성사진에서 미사일 등 첨단 무기류의 동원 여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신형 무기체계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 때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4형’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개량형 ICBM을 공개하거나 기존에 보여준 ICBM ‘화성-17형’ 또는 극초음속미사일을 다시 들고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