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헌법이 부여한 임무인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수행하는 국가 최고 감사 기구다. 의결기관인 감사위원회의는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6명으로 구성된다. 차관급인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4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극한 충돌 중심에 감사위원 인사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총재 인선보다 더 갈등을 빚고 있는 감사위원 자리가 도대체 뭐길래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걸까.
감사위원회의 의사 결정은 7명 중 과반인 4인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2명이 공석이다. 현 위원 5명 중 3명은 문 대통령이 임명했다. 청와대가 공석 2명 가운데 최소 한 명을 임명할 경우 4명이 친민주당 성향이 된다. 윤 당선인 측은 이렇게 되면 새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이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는 정치적 감사를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청와대는 양측이 감사위원 1명씩을 추천하자는 입장이지만, 윤 당선인 측은 2명 모두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감사원은 새 정권이 출범하면 예외 없이 전 정권의 핵심 사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이명박정부는 노무현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을, 문재인정부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을 감사했다. 박근혜정부도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를 들여다봤다. 감사는 보통 검찰 수사로 이어진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를 언급한 바 있다. 취임 후 문재인정부의 굵직한 정책과 사업에 대해 감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감사위원 한 명을 어느 진영에서 가져가느냐는 단순한 인사가 아닌 정권의 명운이 달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 기구이지만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된 지위에 있다. 그래야 현 정부든 지난 정부든 정치적 치우침 없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인사권 논의에 국민은 없다.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도 뒷전이다. 신구 권력의 정치생명을 건 한판 싸움만 있는 것 같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