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 한 달여… 구호 인력·재정 적재적소 투입 한국교회 ‘하이브리드’ 사역해야

입력 2022-03-25 03:02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에서 사역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지난 9일 우크라이나에 보낼 구호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국민일보DB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여 이어지면서 한국교회의 구호 사역도 확장되고 있다. 현장 사역자들은 교회와 단체가 동시다발로 구호에 나선 가운데 사역의 효과를 높이려면 ‘하이브리드’ 구호 시스템을 장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은 아이티 대지진 때부터 적용하고 있는 라운드테이블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이다. 한교봉 사무총장인 천영철 목사는 “한국교회총연합 등 공신력 있는 기독교단체들과 라운드테이블 구성을 위한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24일 설명했다.

한교봉이 라운드테이블을 도입한 건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다. 당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요 교단들이 ‘아이티 한국교회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라운드테이블을 구성, 연합 활동을 도모했다. 행정실무는 한교봉이 맡았다. 이 시스템은 동일본 대지진(2011년), 필리핀 태풍(2013년) 때도 도입됐다. 라운드테이블 시스템의 핵심은 후원금 등 기금은 교회와 기관, 단체가 개별적으로 조성하되 구호 현황과 지원 계획은 공유하자는 것이다. 구호를 위한 재정과 인력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현지에서 사역하던 선교사들이 한국은 물론 인접국인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폴란드 불가리아 등에 뿔뿔이 흩어져 교회와 단체의 지원을 받아 구호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한국인선교사협의회장인 한재성 선교사는 “우크라이나에 구호물품을 보내는 사역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지역 상황에 따라 약품 생필품 식량 등 원하는 구호물품이 다르다”며 “현황을 파악해 물품을 보내는 게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아이티 구호사업 과정에서 얻은 교훈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기독교단체 관계자는 “아이티 구호사업을 하면서 단체마다 성과를 내려고 성급하게 사업을 전개해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정치·사회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속도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제개발협력 NGO인 글로벌호프는 루마니아 수체아바주 시레트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지원한 결과를 밝혔다. 글로벌호프는 2011년 설립 이후 필리핀 태풍, 네팔 지진 등 자연재해 지역을 찾아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위해 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KWMC), 미국 전도단체 AFC와 협업하고 시레트시와는 협력도 약속했다. 시레트시는 난민센터와 캠프 등 총 4곳 운영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통역 등 피란민을 위한 필요도 채워준다. 지난 19일엔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주에 식품 음료 기저귀 분유 등 2t가량의 물품을 보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