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 달 동안 최대 1만5000명의 러시아 장병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죽음과 파괴를 초래한 무자비한 폭력을 가했다”며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무차별 공격과 기타 잔학 행위에 대한 믿을 만한 보고를 많이 봤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건 전쟁범죄”라며 전문가들이 전쟁범죄를 문서화하고 평가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입수 가능한 정보에 근거해 오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평가를 발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평가는 공개 및 정보 출처에서 입수 가능한 정보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기반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군은 아파트, 학교, 병원, 중요 기반 시설, 민간 차량, 쇼핑센터, 구급차를 파괴했고, 수천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죽거나 다쳤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군이 공격한 많은 장소는 민간인이 사용하는 것으로 명확하게 식별됐다”며 “여기에는 유엔이 지난 11일 보고서에 명시적으로 언급한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군이 러시아로 ‘어린이’라는 글씨가 명확히 보인 마리우폴 극장을 공격한 것도 전쟁범죄의 증거로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푸틴의 군대는 과거 체첸 그로즈니, 시리아 알레포에서 같은 전술로 도시에 대한 포격을 강화했다”며 “우크라이나에서의 같은 시도는 다시 한번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국무부는 “지난 22일 기준 마리우폴에서만 24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우크라이나 관계자의 발언도 전했다. 유엔은 마리우폴을 제외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250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그러나 실제 사상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블링컨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토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가는 도중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 만에 공식 전범 결론을 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 불렀고, 러시아는 존 설리번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초치해 외교관계 단절을 경고했다.
현재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은 ICC 가입국이 아니다.
나토군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 군인 7000~1만5000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 동안 잃은 병력이 1만5000명 정도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