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산불 피해 지역을 향한 한국교회의 구호와 지원 활동이 20일째 이어지고 있다. 산불 완전 진화에 역대 최장 시간이 걸린 만큼 피해 주민을 위한 생활지원과 주거환경 복구 등 장기적 지원 방안 마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산불 소식을 접한 직후 울진군 재난지원본부 인근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진화 작업 봉사자 지원 활동을 펼쳐오던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은 최근 피해 주민 생활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봉사단과 협력해 온 김용수 영주교회 목사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울진군 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마을로 알려진 화성2리에서는 62가구 중 32가구의 주택이 전소(70% 이상 소실)됐다”며 “시급성을 고려해 32가구를 대상으로 긴급 생활지원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민의 일상 회복을 위한 주거대책 마련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법적으로 지정된 보상금은 전소 주택 기준 1600만원에 불과하다. 울진군청은 울진읍에 위치한 농공단지에 조립식 이동주택 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은 23일 열린 상임회장회의에서 ‘소속 교단(35개)이 산불 피해지역에 최소 1가정씩 조립식 목조주택을 제공하자’고 결의했다.
울진군기독교연합회(회장 이승환 목사) 총무 심상진(행복한은진교회) 목사는 “군내 전소된 가구를 220여곳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무상임대하는 조립식 이동주택은 최대 2년까지만 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수력원자력 측에서 냉장고, 세탁기 등 필수 가전제품을 제공할 예정이지만 가구나 생활용품 등을 마련하기 위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긴급구호품의 경우 울진군기독교연합회가 창구가 되어 지역교회를 통해 피해 주민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단체 대경월드휴먼브리지(대표 김종원 목사)는 24일 울진제일교회(김항신 목사)에서 ‘사랑의 보따리’ 550개를 울진군기독교연합회에 전달했다. 경산중앙교회 성도들의 기부금으로 마련한 사랑의 보따리에는 3만~5만원 상당의 생필품과 식용품이 담겼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도 구호키트 박스 300개를 준비해 30일 울진군기독교연합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김종원 대표는 “코로나19에 산불 피해까지 입은 이재민의 고통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교회 내 다양한 공동체의 섬김을 통해 지역교회가 피해 주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돼주도록 길을 낸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류영모 목사) 여전도회전국연합회(회장 최효녀 장로)는 피해 지역 산림 복구를 위한 나무심기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연합회는 지난 22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화재 현장에 바로 나무를 심을 수 없다는 지역 연합회의 보고를 받은 뒤 1년 동안 식목에 필요한 모금을 한 뒤 현지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회원들이 현지를 찾아 나무를 심기로 했다.
최기영 강주화 장창일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