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등 증폭시키는 당선인 측근들 언행 옳지 않다

입력 2022-03-25 04:05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들이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차기 정부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인데, 측근들이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갈등을 조장하고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 측과 청와대는 인사권 행사, 사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놓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를 비판하고,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을 비판한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 대통령은 24일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기 말 대통령이 당선인 측근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청와대와의 소통 창구인 장제원 의원은 23일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진실 공방을 벌였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만으로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은 국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합의할 수 있는 선까지만 합의하고 합의가 쉽지 않은 것은 나중으로 미루는 게 측근들의 임무다. 그런데 윤 당선인 측근들은 지금 차이를 부각하고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측근들이 제 역할을 못 하니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서로를 비판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또 다른 핵심 측근인 권성동 의원도 여러 차례 과도한 발언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거취를 말하고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면과 집무실 이전에서도 거친 표현으로 청와대의 불만을 샀다. 권 의원이 생각 없이 이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뭔가 의도가 있었겠지만 부작용이 더 컸다.

측근은 늘 오해와 비판에 시달린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고 겸손해야 한다. 윤 당선인 측근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싸우는 국민의힘 전사가 아니다. 일을 하고 성과를 만들어내야 할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