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51>] “일상생활 가능하게만” 매일 눈물의 기도

입력 2022-03-25 03:01
인천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지적 장애아 철희의 모습. 밀알복지재단 제공

전화통화를 하는 내내 수화기 저편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철희(가명·6)가 엄마 신윤희(가명·31)씨 무릎에 앉아 깔깔거리는 소리였다. 신씨에게 철희를 키우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물었을 때 신씨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이렇게 제 품에 안겨 웃고 있을 때요.”

철희는 심한 지적 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다. 신씨가 아들의 상태를 확실하게 인지한 것은 지난해였다. 철희는 다섯 살이 됐는데도 말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도 사회성이 많이 부족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법을 몰랐다. 신씨는 장애 검사를 통해 아들의 장애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제는 신씨 모자의 삶에 뒷배가 돼줄 곳이 하나도 없다는 데 있었다. 신씨는 2015년 한 남자를 만났는데 남자의 부모는 아들이 신씨와 만나는 걸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남자는 신씨 곁을 떠났고 이듬해 신씨는 한 미혼모시설에 입소해 철희를 낳았다. 그는 “애 아빠가 철희의 존재를 알긴 하지만 연락은 끊긴 상태”라며 “철희가 태어난 뒤로는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친정 식구들 역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신씨의 개인사를 살피면 알 수 있다. 신씨는 10대 시절 10년 가까이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어머니는 정신질환을 앓았으며 언니는 공황장애가 있었고 여동생은 조현병 환자였다. 신씨는 스물한 살 때 집에서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20대 초반은 거의 고시원에서 보내다시피 했다.

이런 그에게 한때 힘이 돼준 곳은 교회였다. 하지만 미혼모라는 이유 탓에 그를 차갑게 바라보는 이가 많았고 결국 신씨는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됐다. 그는 “교회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현재 인천의 한 복지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과거엔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한 적도 있었지만 병원에서 일하면서 철희를 돌보는 게 쉽지 않아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의 현재 월수입은 140만원 정도다. 신씨는 이 돈에 철희 앞으로 나오는 장애수당 등을 보태 월세를 내고 아들의 치료비를 감당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씨는 “과거에는 조금이라도 저축을 했는데 현재는 월급이 너무 적어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적금까지 깨야 했어요. 교회에 나가진 않지만 기도는 꾸준히 하고 있어요. 철희가 장애를 완전히 극복하는 건 힘들겠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나아지게 해 달라고요.”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월 23일~3월 23일/단위: 원)

△정숙화 500만 △조연희·조형래 100만 △김병윤(하람산업) 40만 △김성욱 김경순 조동환 황의선 10만 △임은경 6만 △정연승 정인경 하정숙 조점순 연용제 조병열 김덕수 오병태 주경애 이윤미 전순금 5만 △이보경 이정이 이요섭 임순자 3만 △장영선 한승우 나철균 정효원 김영자 김미옥 2만 △이미령 하나 김애선 송복순 곽성자 한영희 김동호 1만

◇일시후원 :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 1600-0966 밀알복지재단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