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창조 방법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창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제빵사가 오븐에 구워 빵을 만들었습니다. 오븐이 빵을 만든 걸까요. 아니면 제빵사가 만든 걸까요. 오븐은 도구일 뿐입니다. 제빵사가 오븐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지나칩니다.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야 진정한 빵 만들기가 되는 걸까요. 심지어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무에서 유로 빵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종학(52·사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신작 ‘과학과 신학의 대화 Q&A’(IVP)에서 밝힌 비유다. 하나님은 제빵사, 오븐은 진화, 빵은 인간을 가리킨다. 우 교수는 “신의 창조를 믿는 사람들에게 진화는 오븐 같은 도구일 뿐”이라며 “인간의 진화 과정이 밝혀졌으니 창조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빵이 오븐에서 구워지는 과정이 밝혀졌으니 제빵사가 필요 없다는 주장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진화는 무신론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반대로 인간이 뚝딱 만들어져야만 신의 창조라는 주장도 설득력 없다고 말한다. 창조주 하나님은 신앙의 핵심, 즉 믿음의 영역이고, 진화는 과학으로 밝혀진 사실, 하나의 이론이란 설명이다.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우 교수 논리의 핵심이다.
책은 저자가 여럿이다. 창조와 진화, 인간의 기원에 관한 38가지 질문과 답변을 싣고 있는데, 질문·답변의 다수는 미국의 단체 ‘바이오로고스’가 서술했다. 미국 시티오브호프 국립암센터에서 혈액암을 연구하는 김영웅 박사가 이를 번역했다. ‘바이오로고스’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수행한 미국 국립보건원(NIH)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이 2007년 설립한 단체로 성경의 권위와 영광을 지지하는 기독교 신앙 안에서 하나님 창조에 대한 경이로움을 드러내는 현대 과학의 발견을 인정하는 단체다. 콜린스 원장은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주도한 공로로 2020년 종교계 노벨상인 템플턴상을 수상했다. 한경직 영락교회 목사, 마더 테레사 등이 받았던 바로 그 상이다.
우 교수는 이번 책에서 서문과 네 개의 질문·답변만 담당했다. 우 교수는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 항공우주국(NASA) 허블 펠로십을 받았다. 블랙홀과 은하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다. 김근주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 김기현 로고스서원 목사, 장왕식 감리교신학대 교수, 전성민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장 등 13명이 원고를 감수했다. 우 교수는 “하나님의 창조는 우리가 이해하고 상상하는 것보다 더 위대하다”면서 “교과서에서 진화를 배우다 성경과 달라 보인다고 좌절하는 다음세대들의 신앙 회복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