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감사위원, 한은 총재만큼 중요… 인사 교환은 없다”

입력 2022-03-24 04:02
새 한은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연합뉴스

청와대가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카드를 꺼낸 것은 공공기관 인사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의도가 강하다.

청와대는 한은 총재 인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인사 협의 여부를 놓고 양측이 이날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안 하느니만 못한 인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한은 총재 인사가 양측의 회동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윤 당선인 측 핵심 인사는 “한은 총재와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는 별개의 문제”라며 “감사위원 직이 한은 총재만큼 중요하기에 두 자리를 교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은 총재 인사에 대해 “화해의 제스처라고 저희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 “(청와대 입장에선) 선의일 수 있지만, 받는 입장에서 선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가 현재 공석인 감사위원 2명 가운데 최소 한 명 이상을 임명할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감사위원회가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3명은 확실히 문 대통령이 임명한, 성향이 분명한 사람”이라며 “(청와대의 의중이 담긴 1명이 임명돼) 4대 3으로 만들어놓고 나가면 어떤 감사를 진행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친민주당’ 성향의 인사 1명을 감사위원으로 추가로 임명할 경우 의결정족수 4명을 채워 감사원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는 정치적 감사를 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장 실장이 “(감사위원) 한 명이라는 의미가 간단한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당선인 측은 ‘감사위원 인사권’이라는 성과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형식적인 만남은 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은 “윤 당선인 측이 청와대와 갈등은 피하고 싶지만, 단순한 ‘사진찍기용’ 회동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약 양측이 인사권과 관련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출범 전에 현직 대통령을 만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한은 인사 카드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한은 총재 인사가 양측의 충돌은 막았지만, 갈등 국면을 해결하는 데는 큰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도 뇌관으로 남아 있다. 장 실장은 “대국민 약속한 것(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거절한 상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나서 서로 얼굴 붉히고 헤어지면 더 안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용산 이전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은 아쉽지만 충돌을 최대한 자제하고 통의동 인수위 근무라는 ‘플랜B’를 찾았다”면서 “청와대도 인사권 문제 등에 대해선 열린 자세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 측에선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를 승인한 이후에야 회동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제기된다.

박세환 이가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