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공급 차질, 하루 만에 10%↑… 유럽은 혼돈, 한국은 기회

입력 2022-03-24 04:08
최근 파손된 우크라이나 아조브스탈 공장 건물을 촬영한 위성사진.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철강재가 귀해졌다. 러시아산 원료탄(석탄)과 철강재에 국제 제재가 가해지면서 철강재 가격 상승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또한 유럽 최대 철강공장 가운데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아조브스탈이 공격을 받으면서 철강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 공격하면서 아조브스탈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다 러시아 최대 철강기업 세베르스탈은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렸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러시아는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철강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는 8위다. 두 나라를 합치면 단숨에 2위 규모로 올라선다. 유럽연합(EU)에선 철강 수입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충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U가 최근 러시아·벨라루스산 철강재 수입을 금지하면서 철강재 공급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럽시장에서 철강 가격은 폭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 원자재 업체 칼라니쉬의 자료를 인용해 “북유럽으로 선적되는 열연강판 가격이 하루 만에 10% 오른 t당 1583달러를 기록했다. 철근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철강재 공급 감소를 예측해 거래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탓이다.

철강재 품귀 현상이 예고되면서 한국 철강업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 EU로의 수출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원료탄 가격 폭등, 철광석 및 고철가격 인상으로 철강재 가격을 일제히 올리면서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탔다. 한국 철강사 주가는 23일 일제히 올랐다. 일부 기업은 상한가에 마감하기도 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EU의 철강재 수급 차질이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실수요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글로벌 철강회사들의 공급량이 감소하는 동안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한국 철강사 수출이 늘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입 중소기업 313곳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애로를 겪는다는 응답이 70.3%에 이르렀다. 간적접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67.7% 가운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73.2%·중복응답)가 가장 많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가격에 반영하는 기업은 4.2%에 불과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