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집무실과 관저가 들어설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와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사이를 차량으로 직접 이동해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퇴근 가능 여부와 교통 혼잡도 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차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23일 “윤 당선인이 지난 주말 국방부 청사를 답사한 직후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관저로 유력한 육군참모총장 공관도 둘러봤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비교적 차량 흐름이 원활한 주말 점심시간 무렵 움직여 특별한 교통통제 없이 5분 만에 이동을 마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 측은 평일 출퇴근 시간에도 10분 남짓이면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에 마련되더라도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치지 않고 공관과 집무실 사이 출퇴근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윤 당선인 측은 특히 이번 모의 출퇴근 실험을 통해 옛 미군기지 ‘메인 포스트’ 부지를 가로지르는 동선으로 이동하는 것이 차량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고 경호도 용이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다만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은 청와대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이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당분간 집무실로 사용할 방침이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경호 차원에서 통의동 집무실 개보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초기 통의동 집무실을 사용하더라도 리모델링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리모델링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집무실을 통의동에 두게 될 경우 대통령 국가수반의 경호와 보안에 대해서는 저희가 확고하게 마련하고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방탄유리나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한 그런 부분은 검토해 볼 대상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그러나 마치 방을 넓히고, 조금 더 내관을 우리가 필요한 수요 이상으로 하는 부분에 대한 리모델링이라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지하벙커 사용 문제에 대해선 “청와대 벙커든, 국방부 벙커든 아니면 합참 아래 있는 벙커든 대통령 당선인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선택지가 어디에 있을지는 5월 10일까지 상황의 진전을 보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당초 윤 당선인은 국방부로 집무실을 이전한다는 계획하에 국방부 청사 내 지하벙커를 이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통의동 사무실을 집무실로 당분간 이용하게 될 경우 국방부 지하벙커까지 물리적 거리 등으로 인해 유사시 신속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또 청와대의 반대로 집무실 이전 관련 예산이 현 정부 내에서 마련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은 당분간 공간 배치에 대한 검토 등 집무실 이전을 위한 사전작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어 집무실 이전 예산이 통과되는 대로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정현수 손재호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