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빗장푸는 시중은행들 보증금 80%까지 증액 가능할 듯

입력 2022-03-24 04:07
연합뉴스TV 제공

시중은행이 지난해 잠궜던 가계대출 빗장을 풀고 있다. 경쟁적으로 전세대출 한도를 다시 늘리고 깐깐한 규정을 뒀던 기간 제한을 없애고 있다. 전세 신규 대출을 받으면 우대 금리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은행도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전세를 갱신한 고객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 범위 내’에서 ‘갱신 계약서상 보증금의 80% 이내’로 바꾸기로 했다. 예를 들어 5억원짜리 전셋집에 대출 없이 살다가 보증금을 6억원으로 올려줘야 하는 고객이 KB국민은행에 방문했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말에는 1억원(보증금 증액분)의 80%인 8000만원만 대출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6억원(갱신 계약서상 보증금)의 80%인 4억80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KB국민은행은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였던 전세대출 신청 기간 제한도 풀 예정이다. 이제는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로부터 3개월 이내라면 언제든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인에게 보증금을 잠시 빌린 뒤 사후에 대출을 받아 갚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도 다시 취급하기로 했다. 신한·하나은행도 오는 25일부터 이런 제한을 풀 전망이다.

대출 빗장을 여는 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지난 21일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이런 제한을 풀었다. 신규 전세대출 고객에게는 0.2%의 우대 금리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이런 움직임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제 폐지 공약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자율 협약을 만들어 지켜왔는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대출 영업 전선에 다시 뛰어든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집값을 누르기 위해 돈줄을 쥐겠다는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은행 스스로가 각종 제한을 걸었고 ‘가계대출 증가율 연 5%’라는 한도까지 정해둔 탓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면서 “인수위 출범 후 정책 방향이 달라져 다시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가계대출 금리 평균치는 3.65%로 지난해 11월(3.42%) 대비 0.23%포인트 상승했다. 대출 받는데 어려움은 사라지지만 이자 부담은 커지는 셈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