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 러시아의 반전… 전쟁도 경제도 ‘위기일발’

입력 2022-03-24 00:03
지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들이 방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개전 초기 기세 좋게 우크라이나 동남북으로 쳐들어왔다. 러시아는 세계 제2위 군사 강국으로서 손쉽게 승리를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사항전 속에 전쟁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안팎으로 넝마가 돼가고 있다. 교전 중 사망한 군인이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등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한 데다 사기마저 흔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까지 파탄 지경에 이르면서 내부 민심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USA투데이는 2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파견한 전투력의 10% 이상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군 전투력이 한 달도 채 안 된 전쟁에서 처음으로 90% 조금 아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됐거나 접경지역인 러시아 서부와 벨라루스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전투병을 포함해 15만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이 중 10%라면 적어도 1만5000명이 사망이나 심각한 부상으로 작전 수행 불능 상태가 됐다는 얘기다.

CNN은 “펜타곤(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전사자와 부상자를 포함해 병력이 10%를 잃으면 부대가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며 “이런 손실은 군대의 사기와 결집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제대로 된 방한 장비를 갖추지 못해 동상에 걸려 후퇴한 병사도 적지 않다고 한다. 러시아가 교전 장기화를 예상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러시아 장병들은 전쟁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 자기 다리 등에 총을 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해로 보이지 않으려고 거리에 버려진 우크라이나 무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사기 꺾인 러시아 군인들이 자해를 해서라도 돌아가고 싶어하는 고국은 또 다른 생지옥이다. 서방의 전방위 제재로 경제가 사실상 아사 상태다. 주요 서방 기업 대부분이 러시아를 손절하고 떠났다. 아직 문을 닫지 않은 네슬레나 유니레버는 물건값을 45%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루블화 가치 폭락, 물류·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이유다.

1루블 환율은 이날 현재 0.0094달러로 1센트(12원)가 안 된다. 주가 폭락을 조금이라도 더 막아보겠다며 거래를 중단한 모스크바 증권거래소는 한 달 만에 겨우 국채 거래만 재개했다. 러시아 채무불이행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CBS방송은 “볼셰비키 혁명 기간인 1918년 이후 발생한 적이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달립 싱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겸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은 경제를 고립시키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제 1980년대 스타일의 소비에트 생활 수준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 고문 출신인 세르게이 글라지예프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통합·거시경제 장관은 러시아 주간지 아르구만티에 ‘지옥 같은 제재’라고 표현했다.

강창욱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