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유연탄 수급난이 건설업계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경고음이 높다. 시멘트 산업과 레미콘 업계, 대형 건설사들은 아직은 무리 없이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 들어오는 유연탄의 70%를 차지하는 러시아산의 공급이 계속 어려워지면 다음 달부터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2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유연탄 가격은 이달 2주차(11일 기준)에 t당 343.73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첫주 138.12달러였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SWIFT) 퇴출 등으로 가격 급등 흐름을 탔다.
유연탄 부족사태가 이어지면서 관련 업계는 긴장 상태다. 당장 유연탄을 직접 수입해 시멘트로 만드는 시멘트 업계는 다음 달부터 ‘공급대란’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본다. 더 문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대체수단인 호주산 유연탄도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은 이달 둘째주 97.86달러나 치솟아 288.13달러를 기록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호주 등 다른 주요 유연탄 산지에서도 현지 생산 문제로 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면 유연탄 주요 소비국의 수요가 호주산으로 몰려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유연탄 가격이 4배 오른 현재 상황에서 ‘팔아도 적자’라는 하소연을 한다. 다만 시멘트 업계에선 비수기(12~2월)에 물량을 비축해 지금까지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시멘트를 받아 레미콘, 아스콘 등으로 가공해 건설현장에 공급하는 레미콘 업계도 고민이 깊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작업 현장들이 공사 기간을 늘리고 있어 물량이 많이 빠진 상태라 아직 시멘트 부족 사태를 체감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음 달부터는 주중 물량 출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레미콘 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취약하다. 레미콘 업계는 지난해 10월 건설업계와 레미콘 가격 4.9% 인상에 합의했다. 그런데 지난 2월 시멘트 업계로부터 시멘트 가격 18% 인상 통보를 받고 협상에 들어갔다. 유연탄과 요소수, 물류비 등의 원가가 크게 올라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당장 자재난이 코앞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레미콘 등의 공급계약을 미리 대량으로 체결해 현장 공사 지연 등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업체들의 재고도 한계가 있다. 대형 건설사도 재고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 증가에 더 민감한 중소 건설사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