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 발에 오줌누기 불과한 일시적 보유세 동결

입력 2022-03-24 04:01
정부가 1주택자의 보유세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7% 이상 급등한데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국토교통부는 23일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17.22%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9.05%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비율 상승인데 이는 노무현정부 당시 2006~2007년 이후 15년 만이다. 집값 급등의 현실을 보여준 것으로 현 정부 주택 정책의 성적표나 다름없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2년 연속 대폭 뛴 상승률을 그대로 적용하면 세금 폭탄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올해 보유세 과표 산정에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는 묘수를 낸 것이다.

이날 발표는 지난해 12월 당정이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대선용으로 예고된 것이다. 더욱이 대선에서 진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지난해가 아닌 2020년 공시가격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완화폭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셈이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한시적 동결은 올해에 한해 부담을 줄일 뿐이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올해와 내년의 공시가격 상승분이 적용되면서 자칫 주택 소유자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언 발에 오줌누기나 마찬가지다. 선거 때마다 과세 원칙을 뜯어고치는 바람에 부동산 세제가 누더기가 될 판이다. 정부와 여당의 비현실적 정책이 몰고 온 단면이다.

세제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당장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높이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부터 손을 봐야 한다. 정부는 조세 형평성을 이유로 2030년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올리기로 했다. 올해의 경우 현실화율은 지난해 70.2%에서 71.5%로 상승했다.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뛰는 구조여서 세 부담 증가의 주범으로 꼽혀 왔다. 정권 교체가 되자 국토부가 뒤늦게 이를 고치겠다고 한다. 왜 매번 문제를 지적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뒷북을 치는지 모르겠다. 문재인정부 5년간 보유세는 약 7조원이 늘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중은 5.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37%를 크게 웃돌았다. 5년간의 집값 폭등으로 우리나라 보유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통념도 무너졌다. 새 정부는 “집 가진 게 죄냐”는 서민의 아우성을 귀담아듣고 세심한 정책 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