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시국에 70대 고독사… 부끄러운 자화상

입력 2022-03-24 04:03
먹을 거라곤 식어 말라붙은 밥 한 덩이뿐이었다. 2주 동안 아무도 찾지 않은 집에서 홀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타인과의 교류가 끊긴 코로나 시대에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홀로 살던 70대 남성이 최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자 독거노인으로 구청의 1인 가구 모니터링 대상자로 등록돼 있었다. 구청의 모니터링 방문 간격은 1개월로 약 한 달 전 마지막 확인 방문이 이뤄졌다. 집주인이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약 2주 전이었다고 한다. 최근 몇 달 사이 이처럼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서글픈 일이다.

고독사로 추정되는 무연고 사망자 수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계속 늘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3136명, 지난해는 3488명으로 늘었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취약계층의 고립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죽음에 이를 만큼 홀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웃이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방역 업무가 늘어나면서 독거노인 관리 여력이 줄었다. 고독사 위험군인 1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방역의 그늘에 감춰진 ‘선진국 대한민국’의 씁쓸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고독사 위험군을 적극적으로 찾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행 1개월인 모니터링 간격을 단축하고, 고립된 이들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정 기간 휴대전화 위치에 변화가 없으면 가정 방문을 하는 식의 예방 매뉴얼을 갖추고 담당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에 대한 우리의 관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