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 돕겠다” 러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달 경매

입력 2022-03-24 04:03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과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22일 노벨평화상을 경매에 부쳐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기금에 보태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 언론인이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돕겠다며 자신이 받은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놨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반체제 인사이자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0)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021년 노벨평화상을 경매에 부쳐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기금에 보태겠다”고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상을 경매에 내놓을 수 있는지 경매 업체에 문의 중”이라며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 무고한 피란민, 다치고 아픈 어린이와 메달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휴전과 포로 교환, 난민들에 대한 대피로 개방과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무라토프는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적으로 보지 않고, 우크라이나어를 적의 언어로 보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라토프는 1993년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설립한 후 1995년부터 현재까지 편집장을 맡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왔다. 그는 독재에 맞선 노고를 인정받아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함께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폭격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것을 시작으로 전쟁의 참상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고 있다. 푸틴 정권이 이달 초 가짜 뉴스 유포자에게 최고 15년 징역형을 내리겠다며 자국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수백명의 기자가 러시아를 탈출했지만, 무라토프는 모스크바 본사 편집국을 지키며 주 3회 발행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비통하면서도 부끄러웠다”면서 “우리 나라의 폭격기와 대포가 이웃 나라의 도시를 파괴한 이상 우리는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정보 전쟁에서 도망가느니 차라리 내 발을 총으로 쏘겠다”며 “정부가 신문사를 폐간하려 한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겠지만 직원들과 독자 뜻을 거스르고 스스로 신문사 불을 끄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