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의 종말 오나… 코로나가 바꾼 세계경제

입력 2022-03-24 18:45
코로나19 팬데믹은 여러 면에서 전례가 없는 대사건이다. 글로벌 위기 분석 전문가인 애덤 투즈는 ‘셧다운’에서 이번 팬데믹이 세계 경제와 현대 자본주의에 가한 충격을 분석한다. 게티이미지 제공

‘셧다운’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년간의 세계를 500페이지 분량으로 묘사한 책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코로나19 발발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2020년 1월부터 조 바이든이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2021년 1월까지 팬데믹이 세계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살펴본다.

아직도 진행 중인 최신의 사건을, 게다가 속도나 규모 면에서 전례가 없는 거대한 사건을 전 지구적 규모에서 서술하고 분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애덤 투즈는 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 교수로 글로벌 위기를 주로 경제사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분석하는 데 전문성을 보여왔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10년의 세계사를 담아낸 책 ‘붕괴’로 호평을 받았다. 그의 다른 역작 ‘대격변’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대공황에 이르는 세계 질서의 재편 과정을 다룬 책이다.


“2020년 상반기와 같이 전 세계 국가의 약 95%에서 1인당 GDP가 동시에 감소한 사건은 현대 자본주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분열된 미국의 정치계는 정부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이고, 재정을 지원하는 일괄법안을 내놓는 데 합의했으며, 그 규모는 무려 미국 GDP의 10%에 해당하는 22조 달러에 이르렀다. 이것은 세계 어디를 봐도 유례가 없었던, 단일 국가를 대상으로 한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 지원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여러 면에서 전례가 없는 대사건이었다. 저자는 팬데믹의 충격을 주로 세계 경제의 측면에서 조명한다. 그는 먼저 “2020년에 심각한 국가 위기의 순간을 겪었던 곳은 중국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었다”면서 팬데믹이 미·중 양강의 세계 경제 구도 속에서 중국의 우위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미국을 위협하던 중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 정권은 빠르게 억제에 성공했다. 이에 비해 미국 등 서방은 초기 대응에 처참할 정도로 실패했다. 저자는 “서방의 실패는 중국 공산당에 역사적 승리를 건네주었다”고 말한다.

팬데믹이 1980년대 이후 전 세계 정부의 지배적인 이념이었던 신자유주의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그는 코로나19를 신자유주의의 총체적 실패가 표현된 사건으로 묘사한다. 부주의한 글로벌 성장과 막대한 재정 축적이 전 지구적 감염병을 촉발했으며, 서방 국가가 초기에 과감한 대응에 실패한 것 역시 신자유주의의 특징인 ‘조직화된 무책임’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팬데믹 이후 각국에서 이뤄진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 지원에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개입의 엄청난 규모는 신자유주의적 제약의 경계를 무너뜨렸으며” “의지만 있다면 민주주의 국가들은 경제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그린뉴딜 정책의 기본 주장을 증명해주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사회 위기의 위협에 대응하여 유럽과 미국, 많은 신흥시장국은 새로운 형태의 복지 제도를 실험했”는데, 이는 신자유주의 너머에 있는 새로운 체제를 시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책은 팬데믹에 맞선 세계 각국의 대응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면서 그것들이 서로 얽혀 세계 경제와 자본주의 역사에 가하는 충격과 변화를 설명한다. 저자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앞으로 계속해서 찾아올 인류세 시대의 총체적인 위기 가운데 첫 번째 위기, 즉 인류와 환경의 관계가 무너지면서 그 역풍으로 나타난 첫 번째 위기로 볼 수도 있다”며 인류가 이번 팬데믹을 통해 기후위기를 현실적 문제로 인식할 가능성, 세계 경제가 뉴딜경제 쪽으로 대거 전환될 가능성도 언급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