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권력 갈등이 갈수록 태산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공공기관 인사,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 이어 후임 한국은행 총재 인선을 놓고 또다시 양측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보이며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사상 유례없는 극도의 신구 갈등에 원만한 정권 이양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문 대통령은 23일 새 한은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청와대는 소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갈등 요인 중 하나로 꼽혔던 한은 총재 인선이 양측 간 협의로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화해 무드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윤 당선인 측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윤 당선인의 장제원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양측 협상의 공식 채널이다. 곧바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이 수석은 장 실장과 충분히 협의했으며 의견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 실장은 “좋은 사람 같다(고 했더니), 그걸 가지고 의견을 받았다? 납득이 가나”라며 정식 협의나 추천 및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니 양측이 어떤 식으로 대화를 나눴는지 내막을 다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 대화한 내용도 달리 말할 정도로 양측이 극심한 불신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어느정도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역대 최소 표차로 승패가 갈린 대선 결과는 서로 맞짱 뜨고 싸우라는 것이 아니라 통합과 협치를 하라는 유권자의 준엄한 명령이었다. 그런데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국민이 맡긴 권력을 갖고 서로 감정싸움을 벌이며 힘겨루기에만 여념이 없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신구 권력은 이제라도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를 배려하고 협력해 정권 이양에 한치의 차질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라.
[사설] 한은 총재 인선 놓고 또 신구 권력 갈등 신물난다
입력 2022-03-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