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생사의 현장에서 일하며 몸과 마음 지쳐가다… 부활 복음으로 병든 영혼까지 살리리라 다짐

입력 2022-03-28 03:06

어려서부터 엄마를 따라 부흥회와 각종 기도회에 다니며 안수기도를 받고 방언도 받았다. 교회반주와 봉사, 교회의 각종 행사로 주말마다 바빴지만 삶은 신앙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고등학생 때는 가끔 교회에 나가며 친구들과 어울렸고, 학력고사 전엔 친구들과 여관방에서 백일주도 마셨다. 결국 4년제 대학에 떨어지고 오빠 권유로 전문대 간호과에 지원했는데 상상조차 못한 전체 수석을 했다. ‘너 교회 훈련관에 들어가!’ 하는 어머니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훈련관에 들어가 살며 오빠를 따라 한마음교회에 나갔다.

졸업 후, 대학병원에 입사하고 바로 외과 중환자실에 근무했다. 영화나 TV에서만 보던 장면들이 내 앞에 펼쳐지는 중환자실의 충격은 감당하기 정말 힘들었다. 대부분 의식이 없거나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코 줄로 음식을 먹는 소망 없는 분들 속에 군대보다 엄격한 간호사들의 위계질서에 무섭고 긴장된 나날이 이어졌다. 어느 밤 근무 날, 50대 아주머니가 뇌출혈로 들어와 급히 수술을 했다. 그러나 결국 사망해 의사가 남편을 불러 사망선언을 하려고 했지만 동의하지 않고 뛰어나가 술을 마시고 들어 와 발로 문을 차고 물건을 부수는 난동을 부렸다. 그러더니 “네가 이렇게 죽을 줄 알았다면 내가 왜 그렇게 돈을 벌었겠니?”하며 통곡을 했다. 추적추적 비 오는 밤에 통곡소리를 들으며 ‘과연 인생이 무엇인가?’하는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성경에 ‘거듭난 자는 천국이 보인다.’고 했는데 모태신앙인데도 보이지 않는 천국과 풀리지 않는 죽음의 숙제를 안고 20대를 몸부림치며 보냈다.

마음과 몸은 점점 지쳐가고 정답은 점점 까마득했다. ‘언젠가는 천국이 보이겠지.’ 하며 고민을 덮은 채 확신 없는 신앙생활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또 한 번의 큰 사건을 맞았다. 그 날도 어느 환자가 사망했는데, 역시 보호자가 사망 동의를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시체를 격리실에 그대로 두었다. 여름인데 상온에 3일간 방치하니 구더기가 나오고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일이 있은지 며칠 후 새벽기도 시간에 하나님께서 ‘은하야! 부활이 너에게 어떤 의미냐? 이것 하나로 충분하지 않냐?’ 물으시는 것 같았다. 그때, 부인할 수 없는 부활의 증거와 그 의미가 새삼 생각나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는구나! 정말 천국과 지옥이 있구나! 성경이 다 진짜구나!’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로 그동안 들었던 하나님이 살아계신 증거인 부활이 내게 실제가 되었다! 하나님이 살아계시는 너무나도 확실한 증거를 주셨는데도 여전히 내가 주인 되어 이분을 믿지 않고 살아온 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죄임이 정확히 비춰졌다. 나는 이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인생의 진짜 주인으로 모셨다. 드디어 전혀 보이지 않던 천국에 대한 소망이 생기며 빨리 이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 지금도 죽어가는 중환자실의 환자들을 그냥 보낸 것이 너무 후회가 되고 안타까웠다.

‘나를 사랑하면 내 양을 먹이라’는 주님이 주신 사명이 알아지니 의식이 없는 환자들에게도, 함께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도 부활의 복음을 전했고 근무가 없는 시간에는 작은교회 지체들과 노방전도를 나갔다. 어느 가을날,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개인 홈페이지에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과 단풍으로 물든 예쁜 거리를 보면서 전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심을 감사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같이 근무했던 친구가 글과 사진을 보고 ‘이 세상에서 천국생활을 하는 너의 기쁨이 느껴지고 너의 여유로운 마음이 정말 부럽다.’며 연락하여 신나게 복음을 전했다. 허무했던 인생에 밝은 새 빛을 비춰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병든 육체를 돌보는 일만이 아니라 그보다 중한 영혼을 살리는 간호사가 되리라고 굳게 다짐했다.

시간이 지나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방문 간호사 일을 했다. 원장님은 나를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사’라며 ‘엔젤’이라고 불러 주었다. 약간의 치매가 있던 어르신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 하나 보려고 여기까지 찾아왔어?”하며 반겼다. ‘그럼요 어머님!’ 하는 순간, 지구에 나 혼자 있어도 찾아 오셨을 예수님이 생각났다. 즉시 “어머님! 예수님도 어머님 하나 보려고 여기까지 오셨어요.”하며 복음을 전했고 기쁘게 복음을 받아 들였다. 어느 어르신은 내가 소변 줄을 꽂아 아프게 했다며 미워했다. 1년이 지나자 마음 속 깊은 것까지 다 털어놓으며 내가 기도할 때 편안해진다며 막내딸이라 부르셨다. 이 분과는 3년을 함께했는데 어느 날은 용돈을 주며 당신이 돌아가시면 그 돈으로 조문을 오라고 하여 둘이서 참 많이 울었다.

짧은 인생을 멋지게 살다 가리라고 늘 생각했지만 그 답을 찾지 못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주님의 사랑이 정답인데 그것을 모르고 살았던 시간이 못내 아쉽다. 내게 남은 시간은 주님이 부어주시는 사랑으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하며 살 것이다. 오늘도 나는, 세상에 꿈이 없는 어르신들이 복음을 듣고 천국을 소망하는 삶을 살기를 기도한다.

정은하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