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단(예술감독 문삼화)이 26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연극 ‘불가불가’(不可不可·포스터)를 공연한다. 발표 당시에만 잠시 주목받고 사라진 양질의 한국 현대 희곡을 재발견하기 위해 기획한 공연이다.
극작가 이현화가 1982년 썼지만 87년에야 초연된 ‘불가불가’는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80년대 한국 사회를 풍자한 작품이다. 이현화는 검열이 만연하던 당시 은유와 상징으로 현실을 그려내는 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들이 연극을 연습하는 극중극 형식으로 전개되는 ‘불가불가’는 삼국시대 황산벌 전투, 고려시대 정중부의 난, 조선시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을사늑약 등 한국 역사 속 다섯 장면을 담고 있다. ‘불가불가’는 내키지 않지만 찬성한다는 ‘불가불(不可不), 가(可)’와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불가(不可), 불가(不可)’를 모두 의미한다. 언어 유희를 통해 의로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변명하기 급급한 사람들을 고발한다.
‘불가불가’는 87년 서울연극제와 이듬해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희곡상을 받았다. 88년과 89년 재연된 후 2009년 서울연극제 30주년에서 다시 공연됐다. 서울시극단은 이번에 ‘불가불가’를 다시 선보이면서 이현화가 표현한 은유를 개인의 자아를 잃게 만드는 현대적 상황으로 재해석했다.
연출 및 각색을 맡은 이철희는 앞서 ‘닭쿠우스’ ‘조치원 해문이’ ‘프로메테우스의 간’ 등의 작품에서 고전을 유쾌하게 비틀어내 주목받았다. 강신구 김신기 주성환 최나라 등 서울시극단 배우들이 출연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