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잣대’ 공소장 공개 원칙… 尹 인수위 손볼까

입력 2022-03-23 04:06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정부식 검찰개혁 정책에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한 가운데 법조계는 ‘공소장 공개 금지’ 규정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한다. 첫 재판 이후에야 공소장을 공개한다는 이 규정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도입됐다. 그러나 사건의 정치적 성격 등에 따라 공개 시점이 달라져 ‘엿장수 규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앞두고 형사사법 현안 전반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도 윤 당선인의 이른바 ‘검찰개혁 정상화’ 공약과 관련한 세부 추진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이 과정에서 공소장 공개 금지 규정도 재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이전까지 법무부는 국회의 공소장 전문 제출 요구에 응해 왔다. 2019년 조국 수사 국면이 시작되며 법무부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명분으로 ‘1회 공판 후 공소장 공개’ 규정을 적용했다. 이를 근거로 추 전 장관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을 제출하라는 국회 요구를 거부했다. 논란이 일자 공소장 내용을 요약한 문건을 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되자 유출자를 찾아야 한다며 진상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첫 재판 이후 공소장을 공개한다는 원칙도 사건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운영돼 비판이 일었다.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횡령·사기 사건’의 검찰 공소장은 기소 후 1년이 지나서야 공개됐다. 이상직 무소속 의원의 ‘이스타항공 횡령 사건’도 첫 재판 이후 2개월 뒤에야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의 공소장 공개에 관한 원칙이 사실상 무너져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소장 공개 금지 규정은 별도 법 개정 없이 법무부 훈령 등을 손보는 수준에서 정비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별도의 입법 절차 없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다듬고 실무 기준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방침은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 유출 의혹을 부인하는 이 고검장 수사팀은 공소장 자체도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공소장 공개 금지 규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개 관련 기준을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