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신림체육센터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위해 30여명의 시민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폭이 5m 남짓한 좁은 이면도로 건너편 A빌라 인근 바닥에는 경계선이 초록색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주택가 들어가지 마세요(민원발생)’라고 적힌 경고문도 보였다. 검사를 마치고 나온 한 시민이 초록색 테이프가 붙어 있는 A빌라 쪽으로 향하자 선별진료소 관계자가 황급히 뛰어나와 “나오세요. 거기는 사유지라서 민원 들어오면 검사소 운영을 못 해요”라고 외쳤다.
선별진료소 인근 A빌라 주민들은 ‘코로나에 걸렸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기하면서 침을 뱉는다’ ‘빌라 앞에 주차를 해놔 주민의 차가 빠져나갈 수 없다’ 등의 민원을 계속해서 관악구청에 제기하고 있다. 이날 만난 A빌라 주민은 “지금까지 민원을 수백번도 넘게 넣은 것 같다”고 했다. 관할 파출소에도 ‘선별진료소 대기자들이 빌라 주차장으로 넘어온다’는 내용의 신고가 자주 들어온다고 한다.
서울 금천구 독산보건분소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날 오전 10시 검사 대기 줄이 길어지자 검사소 직원이 인근 주차장으로 대기 장소를 안내했다. 인근 B빌라 앞으로 대기자 줄이 이어지면서 민원이 자주 접수됐기 때문이다. B빌라 주민은 “한 달 전에는 선별진료소 검사 대기자들이 빌라 입구까지 막으며 빙 둘러설 정도로 불편함이 컸다”고 토로했다.
경로당 회장 김행남(77)씨는 “집 앞이며 경로당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누가 확진자인 줄 모르니 결국 주민들이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며 “경로당에 있는 80~90대 노인들의 불안감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 측은 늘어나는 검사 대기자를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주민들 민원이 이어지면서 검사 대기자들이 최대한 주민 거주 지역으로 넘어가지 않게 조치는 하고 있다”며 “다만 대기자가 폭증할 때는 현실적으로 통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판 김승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