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명을 태운 중국 동방항공 소속 국내선 여객기가 추락한 지 하루가 지난 22일 생존자나 사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여객기가 8800m 상공에서 불과 2분 만에 급강하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조종사가 기체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사고 현장인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 야산에 655명의 구조대원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다. 추락 지점 인근에서 여객기 잔해와 파편, 탑승객의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지갑과 카드 등이 나왔지만 하루가 지나도록 생존자나 사망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날부터 계속 비가 내리고 좁은 길이 하나만 나 있어 구조 인력과 물자가 투입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어 인근 주민들이 오토바이로 천막과 우비, 음식물 등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 지역에는 이번 주 내내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책사인 류허 부총리와 왕융 국무위원이 현장에서 구조 작업과 사고 원인 조사 등을 지휘하고 있다.
승객 123명과 승무원 9명이 타고 있던 보잉사의 MU5735 기종 여객기는 전날 오후 1시15분 윈난성 쿤밍을 출발해 광둥성 광저우로 향하던 중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 텅현 인근 산속에 추락했다. 항공기 비행 정보를 보여주는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여객기는 이륙 1시간 만인 오후 2시20분쯤 갑자기 2만9100피트(8869m)에서 7000피트까지 하강했고 잠시 고도를 회복하는가 싶더니 추락했다. 여객기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데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고 지점 근처 CCTV에도 여객기 조종석이 지면을 향한 채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찍혔다. 왕야난 중국 항공우주잡지 항공지식 편집장은 인터넷 매체 펑파이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조종석이나 꼬리부터 추락하는 것은 조종사가 비행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조종사의 모든 행동이 기체 상태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사고 직전 데이터가 매우 특이하고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여객기가 8869m 상공에서 급강하한 지 2분 만에 레이더 정보에서 사라진 것으로 봤을 때 탑승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탑승객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어른 5명과 10대 1명 등 가족 6명이 친지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 비행기를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다른 일정 때문에 먼저 광저우에 도착해 있던 한 여성은 “비행기에 탄 사람 중엔 내 여동생도 있다”며 “너무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비통해했다. 5년간 장거리 연애를 하다 약혼한 상대를 보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한 여성도 있었다. 이 여성은 당초 22일 항공편을 예약했다가 약혼자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하루 앞당겨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객들의 가족은 우저우시의 호텔에 머물며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