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시장… 정치권서 다시보는 게임산업

입력 2022-03-25 08:02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자못 진중해졌다. 2030세대가 가장 즐겨 찾는 여가 활동이 게임인 데다 40~60대도 한 번쯤은 게임 패드를 손에 쥔 경험이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게임을 더 이상 어린아이들의 놀잇감 정도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산업 규모가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20조원 시장을 눈앞에 있는 점 또한 눈여겨 볼 점이다. 게임 산업이 정치권의 새 화두로 떠오르며 지난 대선에선 여야 대선 후보가 앞다퉈 구체적인 공약을 앞세우며 진흥을 약속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게임 관련 정책이 여의도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선 유례없이 게임 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이 투영된 공약들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이전 정권에서도 ‘게임 진흥’이란 단어가 등장하긴 했지만 게이머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구체적인 정책들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유력 후보는 논란이 된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 의무화와 함께 게임 산업 진흥 기구 설치,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등의 육성 정책을 약속했다. 업계에선 게임 산업의 실정을 근거리에서 살피고 정책을 내놓은 흔적이 엿보인다고 평가한다. 불과 10여년 전 ‘강제적 셧다운제’ ‘게임 중독법’ 등 게임 산업을 술 담배와 같이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법안이 정치권에서 나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게임 산업은 한국 경제를 책임질 미래 먹거리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 집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18조8855억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21.3%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수출액은 81억9356만 달러(약 9조6688억원)로, 전년과 비교해 23.1% 성장했다. 이 시기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2096억58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6.9%의 점유율로 영국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게임은 가상현실(VR), 5세대 통신(5G), 대체불가토큰(NFT) 등 정보기술 산업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게임 분야에 직접 뛰어들거나 유망한 게임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하며 이목을 끌었다.

젊은 층의 높은 관심과 유망한 산업 전망은 정치권이 매료되기에 충분한 재료다. 게임 산업에 대한 국회의 높은 관심은 법 개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산업 관련 법률은 2006년 처음 제정됐는데, 무려 17년 만에 전부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를 비롯해 등급분류 간소화, 중소게임사 지원, 비영리게임의 창작 활동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이도경 보좌관은 “그동안 행정부는 게임과 e스포츠의 가치를 과소평가해왔는데 그나마도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기업쪽에서 산업적인 면을 훨씬 크게 조명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게임과 e스포츠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것은 매우 놀랍고 긍정적인 변화다. 남은 것은 정치권의 실천 의지”라고 평가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