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에 빠질 수 없는 ‘조연’이 용산공원이다. 윤 당선인은 미국 백악관이 ‘대통령 공원’ 같은 대형 공원과 연결된 것처럼 용산 집무실을 용산공원과 바로 연결해 시민들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구상이 임기 안에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 용산공원 조성은 부지 반환 협상과 토지 정화 작업 등 미국과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한국 정부 힘만으로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환경조사, 토지 정화 등 작업 지연 변수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임기 안에 윤 당선인의 청사진을 무리하게 실현하려 하기보다는 ‘용산 시대’를 안착시키기 위한 장기계획부터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윤 당선인 측은 올해 국방부 청사 인근 지역 등 용산기지 일부가 반환되는 대로 조속히 시민공원을 조성해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용산기지 전체의 4분의 1까지 반환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부지가 반환된다고 해도 바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가 반환 지역을 확정하면 환경부가 해당 부지 토양과 지하수에 대해 환경조사를 하게 된다. 앞서 대구 등 다른 미군기지 반환지에서는 벤젠 등 1급 발암물질이 다량 검출된 바 있다. 용산기지 역시 장기간 군용 기지로 사용된 만큼 기름 유출이나 토양오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오염 정화 과정에서 누가 정화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미군과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토지 정화 작업은 아파트를 지을 때 준공 시점을 정해서 하듯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염 물질이 일정 기준치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으로 종료 시점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도 윤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이 나오기 전인 지난해 말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변경계획을 고시하면서 공원의 공식 개원 시점을 2027년에서 ‘기지반환 시점+7년(N+7)’으로 수정했다. 윤 당선인 임기(2027년 5월)까지 정식 개원이 어렵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올해 중 대통령 집무실 인근 일부 지역만 시민공원으로 먼저 조성해 개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법적으로 ‘공원’으로 지정하기 어렵고 당선인이 내세워온 소통과 개방이라는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 배정한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는 “어차피 (윤 당선인) 임기 안에 완전한 공원을 조성하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당선인의 취지가 차후에라도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장기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