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라인업… 공룡 ‘작년 악몽’ 딛고 새 출발

입력 2022-03-23 04:05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는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간주됐지만,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야구 외적으로 베테랑 박석민 등 주전 4명이 원정 숙소에서 집합금지 위반 술자리 파문을 일으켰고, 각 팀 코로나19 확산의 도화선이 돼 리그 중단과 함께 십자포화를 맞았다. 어수선한 팀 상황 속 67승68패9무 7위로 시즌을 마친 NC는 올 시즌 스토브리그 전력 보강과 징계 선수 복귀를 발판 삼아 정상권 복귀를 노린다.

박건우

NC는 올겨울 창단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시간을 보냈다. ‘원클럽맨’으로 남을 줄 알았던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이 FA시장에서 150억원에 고향팀 KIA 타이거즈로 향했다. 창단 첫해부터 포수 마스크를 썼던 김태군도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불펜 개국공신 임창민과 김진성 역시 방출하며 대대적인 팀 개편 기조를 분명히 했다.

손아섭

반대급부로 새로운 얼굴이 다수 합류했다. 우선 FA로 올스타 외야수 박건우(100억원)와 손아섭(60억원)을 발 빠르게 영입해 나성범 공백을 오히려 플러스알파로 바꿨다. 김태군과 트레이드로 삼성 필승조 출신 심창민을 영입했고, KIA로부터는 보상선수로 강속구 투수 하준영을 받았다.

닉 마티니

새 전력 수혈에도 불구하고 외야와 불펜의 상황은 천양지차다. 외야는 검증된 전력 박건우와 손아섭에 더해 새 외인 타자 닉 마티니가 확고한 주전으로 시즌을 맞는다. 징계로 이탈한 과거 주전 이명기 권희동이 돌아온다면 마티니가 1루로 이동할 수 있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뎁스 강화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하준영

반면 불펜은 지난 시즌 합류해 마무리로 연착륙한 이용찬과 베테랑 원종현 정도를 제외하면 새 얼굴들이 전면 경쟁으로 판을 흔든다. 이동욱 감독은 “이용찬 앞에는 원종현 심창민 김영규 류진욱 홍성민 등을 보고 있다”면서 신인 박동수 조민석과 김시훈 등도 주시하는 젊은 투수로 언급했다. 반등이 필요한 국가대표 출신 심창민, 긴 부상에서 벗어나 구위를 회복 중인 좌완 파이어볼러 하준영이 새 팀에서 필승조로 자리 잡고 젊은 투수들을 이끌어준다면 불펜은 탄탄하게 거듭날 수 있다.

심창민

내야진 역시 붙박이 2루수 박민우와 3루수 박석민이 시즌 초반 징계로 결장하면서 지난해 출전 경험을 쌓은 신예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확고한 주전은 유격수와 3루수를 커버할 수 있는 주장 노진혁 한 명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노장 박석민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3루 경쟁에선 박준영이 시범경기 초반 임팩트를 남기며 앞서가고 있다.

미래 4번 타자 감으로 꼽혀온 오영수와 2군 타격왕 서호철도 상무 제대 후 시범경기에서 내야 멀티포지션을 소화하며 출전 시간을 보장받는 중이다. 유격수 김한별도 탄탄한 수비력을 앞세워 시범경기에서 활약하며 주전 진입을 노린다.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가 버티는 안방은 든든하지만 정범모 김응민 등이 로테이션으로 양의지의 체력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구창모

선발진은 안정적이지만 느낌표를 주기엔 부족하다. 젊은 에이스 구창모가 부상으로 이탈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구창모가 16일 라이브 피칭에서 25개의 공을 던지며 최고 구속 145㎞로 성공적 복귀 페이스를 보이는 점은 호재다.

NC에서 4시즌째를 맞는 드류 루친스키는 변함없이 에이스로 구심점 역할을 해줄 전망이다. 재계약에 성공한 웨스 파슨스는 10승을 기대할 만한 카드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지난 시즌 각각 8승과 9승을 거둔 송명기 신민혁은 좋은 구위를 갖췄지만 기복을 줄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재학은 최근 두 시즌 부진을 딛고 부활할 필요가 있다.

NC의 이번 시즌은 초반 4~5월을 어떻게 버티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지금 있는 선수들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며 “4월에 5할 정도로 승부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에이스 구창모가 건강히 복귀하고 징계가 풀린 박민우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이 엔트리에 녹아들면 순위싸움의 ‘부스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각종 사건·사고와 전력유출에도 성공적 플랜B를 가동한 NC가 KT, LG와 함께 3강으로 꼽히는 이유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