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금이자는 싸게, 대출은 비싸게… 잇속 챙긴 은행들

입력 2022-03-23 04:02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은행권이 폭리를 취하고 있지는 않은지 ‘회계장부’를 들여다보겠다고 벼르고 있는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저금리 상황에서 오히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가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4대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1.71%(지난해 9월 말 기준)로 1년 전에 비해 0.04%포인트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이 1.87%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1.69%), 하나은행(1.66%), 우리은행(1.63%) 순이었다. 예대금리차는 예금이자와 대출금리 간 차이로 크면 클수록 은행 수익은 커지는 반면 금융 소비자들은 손해를 본다.

구체적으로 보면 KB국민은행은 고객 예금에 내주는 금리인 ‘원화예수금 이자율’ 평균치가 0.69%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다. 예금에 가장 후한 이자율을 매긴 하나은행(0.83%)보다 0.14%포인트 낮은 수치다. 반면 대출 고객으로부터 받는 금리인 ‘원화대출채권 이자율’ 평균치는 2.56%로 가장 높았다. 최저인 우리은행(2.39%)보다 0.17%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는 KB국민은행이 신용대출 상품에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를 통해 같은 기간 상품별 금리를 비교한 결과 KB국민은행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 평균치는 3.70%로 하나·우리은행(각 3.53%), 신한은행(3.41%)보다 높았다. 특히 중신용자인 신용 3~4등급에 매기는 금리는 4.62%로 가장 낮은 우리은행(3.64%)과 차이가 1%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KB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줄곧 4대 시중은행 중 1위 자리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낮은 요구불성 예금이 전체 원화예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평균금리가 낮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을 포함해 4대 시중은행 모두 예대금리차가 1년 전에 비해 커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이 기간 0.5%로 그대로였는데 코로나19 사태 시국에 은행들이 자기 잇속만 차렸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건 과도한 예대금리차 해소 공약을 지키기 위해 세부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는 왕창,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는 관행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시중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6월 2.12%, 9월 2.14%, 12월 2.21%로 계속 높아졌다. 같은 해 국내 은행 20곳의 이자이익은 46조원으로 전년 대비 4조8000억원(11.7%) 증가했다.

금융위원회도 오는 25일 예정된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은행권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아무런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서 대출확대 등으로 수익이 늘었다”는 보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매월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등에 일괄 공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