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시설 등에 4차 접종 목적으로 공급된 코로나19 백신 상당수가 조만간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보관기한 이내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 때문이다. 반면 의료 현장에서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백신 접종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치료제 수요는 높아지는 불균형 양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김경호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시행팀장은 22일 “4차 접종용 물량으로 공급한 백신은 이번 주 중 유효기간이 만료된다”며 “25일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즉시 정해진 절차에 따라 폐기 절차가 진행된다”며 “물량 폐기량은 별도 집계해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폐기될 백신은 수십만개로 추정된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요양병원·시설 4차 접종 대상자 59만여명에 대한 접종을 위해 화이자 백신 약 43만회분을 공급했다. 그러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자연스레 추가 접종 권고가 필요하지 않은 사례도 함께 늘었다. 해당 백신의 해동 일자는 지난달 19일에서 23일 사이로, 화이자 백신 유효기간은 해동 뒤 31일이다.
정부는 폐기되는 백신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뜻대로 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우선 해당 백신을 지역 내 다른 접종기관으로 돌려놓거나 추가 접종을 독려할 계획이다. 다만 워낙 확진자가 폭증해 접종 대상이 빠르게 줄고 있고, 접종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접종 필요성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백신 추가 접종은 계속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6일 0시 기준 하루 3차 접종 인원이 10만명 아래로 떨어진 이래 22일에는 4만7007명에 머물렀다. 주말인 20일에는 3만182명으로 3만명 선에 턱걸이했다. 최근 하루 확진자가 30만~40만명을 넘나드는 것을 고려하면 백신으로 코로나19 면역력을 얻는 인원의 열 배 가까운 인원이 감염으로 면역력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백신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치료제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주 기준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재고는 약 7만명분이지만 같은 주 기준 일평균 사용량은 5642명이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단순 계산상 약 12.5일이면 물량이 완전히 바닥나는 셈이다. 정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도 나지 않은 미국 제약회사 MSD(머크)의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 약 10만명분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다급함 때문이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이달 말에 MSD 제품뿐 아니라 먹는 치료제 전반을 조기 도입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MSD 제품은 식약처 허가가 난 뒤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라면서 “도입 물량 등이 확정되고 확진자 추세, 이번 한 주 동안의 사용량을 추계한 뒤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는지 밝히겠다”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