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비행기로 30시간을 넘게 가야 닿을 수 있는 곳, 남미 파라과이. 브라질 국경도시 시우다드델에스테시에서 대형 쇼핑몰 ‘쇼핑파리스’를 운영하는 사업가 장재희(57·남미순복음델에스떼교회) 집사는 최근 한 통의 SNS 메시지를 받았다. 우연히 그의 쇼핑몰 곳곳에 부착된 복음 광고를 보고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며 은혜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하나님이 정말 기뻐하시는 장소같다는 말도 전했다. 복음 광고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한국 유명인의 얼굴과 함께 현지어로 “괜찮아요! 예수님과 함께라면!”이라고 적혀있었을 뿐이다.
장 집사는 22일 수화기 너머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편지는 힘들어하는 제게 하나님께서 보내신 답장 같았다”며 웃었다. 장 집사는 ㈔복음의전함(고정민 이사장)이 펼치는 ‘방방곡곡 복음 심기 캠페인’에 2년 넘게 동참하며 평신도로서 현지에 예수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 잠시 귀국한 장 집사와 함께 전도 캠페인에 나서는 사위 박요한(35)씨를 각각 전화로 연결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복음의전함이 현지어로 된 복음 광고용 디자인 파일을 제작해 보내오면 직접 현지 버스와 택시 회사를 섭외해 광고지를 인쇄, 부착하며 복음 광고 캠페인에 동역한다. “괜찮아요! 예수님과 함께라면!”이라고 적힌 복음 광고는 현재 시내 270여대의 버스와 택시에 부착돼 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다.
장 집사는 32년 전 의료선교를 위해 파라과이로 이주한 한의사 아버지를 따라 스물다섯 살 나이에 갑작스러운 타지 생활을 시작했다. 함경북도에서 전도사로 사역하신 증조부를 따라 그의 부친도 예수 복음을 전하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데 거침이 없었다고 한다. 장 집사도 모태신앙인이었지만, 낯선 타지로 의료선교 온 아버지 결정에 불만도 컸다. 하지만 20년 전 아버지를 여읜 후에야 비로소 헐벗고 굶주린 자에게 한없이 베풀었던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다. 장 집사는 “당시 하나님 앞에 진정으로 회개하며 아버지와 같은 삶을 따라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당시 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매일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다. 2017년 지금의 쇼핑몰을 세운 이후부터는 쇼핑몰 곳곳에 성경 말씀이 적힌 전도지를 비치해 예수를 전했다. 계산대에선 전도지도 함께 나눠줬다. 물건을 담아주는 얇은 비닐봉지가 점점 더 튼튼한 재질로 바뀌게 된 것도 말씀이 새겨진 봉지가 오래가게 하기 위함이었다. 매주 목요일이면 직원들과 예배도 드린다. 예배에 참여하는 직원에게는 음식을 대접하며 섬기고, 추가 근무 수당도 준다.
박씨는 “꾸준히 예배를 드리며 한 영혼 한 영혼이 점차 변화하는 걸 봐왔다”며 “코로나19로 잠시 예배가 중단된 지금, 이젠 오히려 직원들이 먼저 예배가 언제 재개되느냐고 물을 정도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2016년 결혼한 박씨 부부가 장 집사로부터 물려받은 건 사업만이 아니었다.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만큼 이어받은 전도사역도 점차 늘려가는 중이다. 장 집사를 필두로 현지 보육원과 교도소 등을 찾으며 예수 사랑을 실천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도 5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박씨 역시 모태신앙인이었지만 이전까지는 세상의 것, 성공에 욕심이 더 큰 청년이었다. 미국 UC버클리에서 금융공학을 공부하다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장인어른의 권유로 학교를 그만둔 후 파라과이로 넘어왔다. 일을 배우며 자연스레 동참한 전도사역은 그의 ‘뇌 구조’를 바꿔버렸다. 자신의 계획보다 더 크신 하나님의 계획을 알게 되며 점점 자신의 고집을 내려놓게 됐다고 했다.
박씨는 “하나님의 큰 그림을 이해하게 된 후로는 하나님이 주신 이 기업을 어떻게 하면 하나님 뜻대로 잘 키워나갈까에 집중하게 됐다”며 “세상이 감당 못 할 위대한 기업,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오랫동안 나름의 방식으로 전도에 힘써오던 이들이 처음 복음 광고를 접한 건 2년 전 국내 한 집회에서 고정민 이사장의 사역 소개를 듣게 되면서부터다. 복음 광고 사역 취지와 방법에 깊이 공감하며, 그동안 해온 전도를 보다 전문성을 갖고 사역할 수 있겠다 싶었다.
파라과이로 돌아와 운영하던 쇼핑몰 곳곳에 복음 광고를 부착하며 복음의전함 캠페인에 동참했다. 대중교통 광고에도 나섰다. 하지만 버스 광고는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복음 광고를 부착할 만큼 깨끗한 버스를 찾기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광고비를 일부러 높게 부르는 곳도 있었다. 그러다 5년 된 신생 버스 회사와 연결됐다. 독일계 크리스천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장 집사는 “해당 회사에서 계약조건과 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는 걸 보며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노력을 기뻐하시며 도와주고 계신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복음의전함의 온라인 전도 플랫폼 ‘들어볼까’ 스페인어판 제작에도 도움을 주려 한다. 파라과이 현지에 ‘들어볼까’를 홍보하는 고속도로 광고 게재도 함께 추진하는 등 지속적으로 동역한다.
이들에게 전도는 어떤 의미일까. 이들은 한목소리로 “내 아버지, 하나님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자그마한 것부터 할 수 있는 일이 많더라”며 “우리도 한 건 별로 없었지만, 열매는 주님이 다 이뤄주셨다”고 고백했다. 이어 “바닷물은 3.5%의 염분만으로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며 “하나님께서는 세상이 썩지 않도록 복음을 전하는 일에 참여할 의인을 찾고 계신다. 작은 일에도 역사하실 하나님만 기억하며 캠페인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