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에 ‘옛소련·러시아제 방공미사일 시스템’ 제공 검토

입력 2022-03-23 04:07
발트해 연안 러시아의 역외 고립 영토인 카리닌그라드 지역에 설치된 S-400 미사일 방어 시스템.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안을 동맹국과 협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러시아와의 무력 충돌 우려가 큰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대신해 영공 방어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이 장거리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방어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적극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사용법을 알고 훈련을 받아 익숙한 방공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산 방공미사일이 아니라 구소련제나 러시아제 방공시스템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구소련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제3국으로부터 은밀히 입수해 성능을 분석하고 훈련에 활용해 왔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지대공미사일 체계 SA-8 등 구소련이 만든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A-8은 지상군이 휴대해 적 공군기나 헬리콥터로부터 보호효과를 얻을 수 있는 단거리 방어시스템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장거리 폭격에 대비한 더 강력한 대공미사일을 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장거리 방공시스템은 S-300 또는 S-400이다. 둘은 각각 구소련·러시아제 중장거리 방공시스템으로 넓은 반경의 영공을 방어할 수 있다. 커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미사일이 S-300이나 S-400인지 묻는 말에 즉답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군에 익숙한 시스템이라는 발언 취지에 비춰 이들 미사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은 구소련이나 러시아에서 만든 방공미사일을 보유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최근 슬로바키아가 S-300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달 초 터키가 S-400을 우크라이나에 각각 제공하는 방안을 양국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방공미사일을 제공할 경우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측에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거나 항공기를 제공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서방에선 이 방안이 러시아와 직접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고, 그 대안으로 방공미사일 제공을 검토해 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