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임박하면서 카드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출혈경쟁까지 감수하며 키워온 중고차 결제시장을 특정 업체가 독식할 것이란 우려 탓이다. 현대카드·롯데카드 등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기업 계열 카드사들의 시장지배력이 우세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 17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탈락시켰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허용되자 소비자들은 질 좋은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어 환호하지만 카드사들은 불안한 모습이다. 그간 공들여 키워온 중고차 금융시장을 완성차업체 계열 카드사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간 주요 카드사들은 ‘다이렉트오토’ 등 중고차 금융상품을 최저 연 3%대 저금리에 판매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22일 “이 정도 금리 수준이면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 구조”라며 “카드 결제수수료가 계속해서 낮아지며 새로운 먹거리를 노린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혈경쟁을 하면서 파이를 키워온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 진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현대차·기아다. 이들은 자사 브랜드 차량 중 생산 후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 미만 매물을 매입해 상품화 과정을 거친 뒤 다시 중고차로 파는 생태계 구축을 노리고 있다. 이 경우 가장 수혜를 받는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직매입해 중고차를 판매하는 만큼 계열 카드사를 이용했을 때 저금리 할부, 캐시백 혜택 등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렌탈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만큼 롯데카드도 수혜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중고차시장의 막대한 빅데이터가 특정 카드사에게 쏠리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026년 기준 현대·기아차가 완성차업계 중고차시장의 76.4%를 점유할 것으로 분석했다. 10대 중 7대 이상의 대기업 중고차 매매 데이터가 이들에게 쏠리는 만큼 정보격차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직접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며 쌓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영업을 하는 카드사와 그 외 카드사들은 경쟁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대기업이 중고차시장에 진출할 경우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지는 만큼 중고차 판매 계열사를 미보유한 카드사들에게도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재 중고차 시장규모는 연간 250만~270만대로, 신차시장 대비 1.4배 수준이다. 미국(2.4배), 유럽(2.0배)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