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상 받은 이수지 “아이의 순수함, 그게 좋다”

입력 2022-03-23 04:07
지난해 9월 서울 한남동 알부스갤러리에서 열린 이수지 그림책 ‘여름이 온다’ 원화 전시회에서 책을 들고 선 이수지 작가. 국민일보DB

“이수지 작가는 꿰뚫어 볼 수 없는, 신비하고도 수수께끼에 쌓인, 그러나 살아있는 기쁨과 희망으로 차 있는 존재로 어린이를 이해하고 그 어린이를 언제나 자신의 작품의 중심점으로 삼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표현한다.”

2022년 안데르센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지원씨는 22일 이수지(48)의 수상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의 수상자는 IBBY(국제어린이도서협회)의 나라별 지부에서 후보자 추천을 받아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그림책 기획자이자 번역자로 활동하는 이지원씨는 2022년 심사위원회에 유일한 아시아인 전문가로 포함돼 지난 1년간 진행된 심사 과정에 참가했다.

IBBY는 전날 2022년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이수지를 호명했다. 한국인 작가가 안데르센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2년에 한 번 시상하는 안데르센상은 글 작가(Author)와 그림 작가(Illustrator), 두 부문에서 수상자를 결정한다. 글 작가 부문에선 마리 오드 뮈라이유(Marie Aude Murail·프랑스)가 수상했다.

이수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면서 “최종 후보로 선정된 다른 작가님들도 모두 훌륭하고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어서 함께 이름이 언급된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수상까지 하게 돼 큰 영광으로 다가온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 “우리 그림책이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함께 애써주신 그림책 동네에 계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지원씨는 “이수지는 심사 초기부터 수상이 유력했다”고 심사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안데르센상 심사 기준은 ‘어린이 독자’와 ‘어린이 세계’에 맞춰져 있다”면서 “쇼트 리스트(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들을 보면 어린이책에서 혁신적이고 예술적인 작업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이수지는 실험성 면에서도 선두적이지만 언제나 어린이가 중심이 되는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그림책 작업을 해온 이수지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작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작가다. 16개국에서 출간된 ‘파도야 놀자’를 비롯해 ‘그림자 놀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여름이 온다’ 등 예술성과 실험성이 높고 대사가 없는 그림책을 선보였다.

그는 아이, 놀이, 물 등을 주요한 소재로 사용한다. 원피스 한 장 걸치고 신나게 뛰어노는 씩씩한 소녀는 이수지 작품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아이를 그리는 이유에 대해 “아이의 에너지,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 세상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 그게 좋다”며 “아이가 가장 아이다울 때는 놀 때인데 노는 순간 아이가 보여주는 즐거움과 자유로움, 에너지를 그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