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첫 환자가 나온 지 2년2개월 만에 국민의 5분의 1이 확진됐다. 그중 90%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다. 최근 한 달 반 사이에 감염된 사람이 900만명이나 된다. 해외에선 인구의 20%가 감염력을 갖게 된 때부터 코로나 유행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우리도 그 시점에 도달했지만, 유행이 꺾였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신규 확진자 수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고, 전염력이 더 큰 스텔스 오미크론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오미크론의 위중증화 비율이 낮다고 하지만 감염자가 워낙 많아 사망자는 현재 하루 400명 안팎을 오간다. 유행의 정점 구간이 길어지면 하루 600~900명이 사망하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부의 대응은 여러 면에서 불안감을 주고 있다. 그동안 내놨던 유행 예측은 모두 틀렸다. 정점을 하루 확진 3만명대로 예상했다가 수정을 거쳐 37만명까지 늘려 잡았지만 이미 62만명을 기록했다. 예측이 틀리니 확보해둔 먹는 치료제가 1, 2주 안에 바닥을 드러내게 생겨서 효능이 낮은 미승인 제품을 허겁지겁 도입하려 한다. 치료제가 있어도 처방이 내려져야 하는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비대면 진료 연결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매일 수백명씩 사망자가 나오는 통에 전국 화장장마다 시신을 안치할 곳이 없어 난리를 겪고 있다. 바이러스가 어서 휩쓸고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과 그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허점은 정부의 방역 역량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무려 1000만명을 감염시키는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는 줄곧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다. 언제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지, 어떤 형태로 돌변해 덮쳐올지 알 수 없다. 방역망 구석구석의 허점을 찾아내 재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항상 최악을 가정해 대비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유일한 근거로 삼으며,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소통하는 방역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반드시 닥쳐올 또 다른 팬데믹에 대처할 수 있다.
[사설] 코로나 확진 1000만명… 방역망을 다시 정비할 때
입력 2022-03-23 04:03